테슬라가 22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4% 이상 급락하며 지난 4월13일 이후 처음으로 360달러선 밑으로 내려갔다.
테슬라의 실적은 △시장 예상에 못 미친 순이익 △자동차 부문의 이익률 하락 △자본지출 증가 전망 △최신 버전의 옵티머스 시연 일정 미공개 △진전 없는 로보택시 서비스 △스페이스X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 등으로 투자자들의 실망을 산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실적 발표 후 주식을 던진 이유는 첫째, 올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올 2분기 조정 EPS가 33센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40센트에 비해 18% 줄어든 것으로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53센트에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반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282억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264억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올 2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지난해 3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테슬라 역사상 4번째로 좋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자동차 부문의 매출총이익률 하락이다. 탄소 크레딧 판매를 제외한 테슬라의 올 2분기 자동차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16.3%로 지난 1분기의 19.2%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은 물론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7.8%에도 큰 폭으로 미달했다.
이에 대해 RBC 캐피털 마켓츠의 애널리스트인 톰 나라얀은 테슬라가 전기차를 할인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춰 인도량은 늘어났지만 총이익률은 악화됐을 것이란 의견이다.
딥워터 자산관리의 매니징 파트너인 진 먼스터도 "자동차 할인 판매나 원자재 비용 상승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바이바브 타네자는 이와 관련, 원자재 가격 상승과 높은 수준의 금리가 테슬라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향후 수년간 자본지출 증가 전망으로 수익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테슬라는 올 2분기 자본지출이 급증하며 이익이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올 2분기 자본지출은 58억달러로 전년 동기 24억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테슬라는 올 상반기에만 83억달러의 자본지출을 투입했다.
자본지출 급증으로 테슬라는 올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0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플러스 1억4600만달러에서 적자 전환했다. 테슬라의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하기는 2024년 1분기(-25억3000만달러) 이후 처음이다. 다만 올 2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폭은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했던 28억6000만달러보다는 적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자본지출이 크게 늘어나며 잉여현금흐름을 크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올해 전체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최소 25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올 하반기에는 자본지출이 167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CFO인 타네자는 향후 2~3년간 자본지출 규모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대 300억달러 규모의 차입 한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확대에 대비해 대출을 받을 계획이란 의미로 이는 이자 지출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예고한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투자가 로보택시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등 생산적인 자산에 집중될 것이라며 "일을 빨리 추진할 수 있다면 자본 효율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넷째, 옵티머스 시연과 출시 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것도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테슬라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옵티머스 생산을 올해 안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와 동일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 머스크는 콘퍼런스 콜에서 최신 버전의 옵티머스를 언제 공개할지 밝히지 않은 채 옵티머스 생산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테슬라는 올해 초 3세대 옵티머스를 공개하기로 했으나 이후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며 시연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머스크는 온라인에 공개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인상적인 시연 대부분이 사전에 프로그램된 것이거나 원격 조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시연도 이런 의혹을 받은 적이 있지만 머스크는 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 옵티머스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최초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앱트로닉과 애질리티 로보틱스 같은 테슬라의 경쟁업체들은 외부 시설에서 로봇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테슬라는 현재 옵티머스를 내부에서만 테스트하고 있다.
다섯째,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로보택시 서비스 확대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실망스러웠다. 테슬라는 사이버캡의 생산이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서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할 새로운 도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기존에 로보택시 서비스 확대 대상 도시로 발표했던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아직까지 로보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일 뿐 시작하지는 못했다.
현재 로보택시는 텍사시주의 오스틴과 댈러스, 휴스턴,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와 올랜도, 템파 등 6개 도시에서 운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는 안전요원이 탑승한 상태로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머스크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속도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만 했다.
다만 테슬라는 사이버캡 양산에 맞춰 4680 배터리 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이버캡뿐만 아니라 전기트럭인 테슬라 세미 와 모델 Y 증산도 함께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여섯째, 머스크가 투자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간 합병 가능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한 것도 주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테슬라가 "스페이스X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양사의 사업은 점점 더 많은 부분에서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테슬라의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잠재적인 (합병) 거래에 대해 논의할 수는 없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테슬라의 총괄 법률 고문인 브랜든 에어하트는 "테슬라는 스페이스X와 관계에서 계속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양사는 좋은 파트너"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대규모 AI(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사업인 테라팹 프로젝트 등에서 스페이스X와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번주 사이버캡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통신 안테나가 통합된 이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날 "테라팹 부지를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팹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연간 1테라와트(TW)의 AI 컴퓨팅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건설을 포함한다.
테라팹 부지로는 미국 텍사스주 그라임스 카운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스페이스X가 지난달 이 지역에 초기 투자비 550억달러, 총 투자규모 1190억달러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개발 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