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지난 28일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현지 산업 기반도 타격을 입은 걸로 보인다. 구마모토는 '실리콘 아일랜드'라 불릴 만큼 일본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주요 기업들이 안전 점검 후 공장을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형 지진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까지 제기돼 불안감이 여전하다. 요미우리신문은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관련 공장이 많아 전자기기·자동차 등 폭넓은 제품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을 종합하면 이번 지진 영향으로 토요타, 혼다, TSMC 등 구마모토현 내 대형 공장들이 가동을 임시 중단했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 토요타는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31일까지 규슈에 있는 공장 3곳 가동을 중단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토요타 측은 "여진 및 복구 작업을 포함한 상황이 매일 변하고 있다"며 "향후 대응 및 결정에 있어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혼다는 이륜차를 생산하는 구마모토현 오쓰마시 공장 가동을 이날 저녁까지 중단한다. NHK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해 스프링쿨러가 작동하면서 공장 내부에 일부 누수·침수가 발생했다.
혼다 계열사 중 한 곳인 대형 자동차 부품사 아스테모는 공장 건물 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부상을 입은 직원들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공장 재개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에 30조원 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한 TSMC는 지진 발생 당일인 28일 저녁, 구마모토현 공장 가동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모든 직원이 내부 안전 절차에 따라 대피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NHK에 따르면 "건물 검사 실시 결과 (TSMC 구마모토현 공장의) 구조상 안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공장이 재개돼도 공급망 차질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품을 실어나를 물류 인프라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구마모토현 인근 아소 구마모토 공항은 지진 당일 활주로를 임시 폐쇄했다. 공항으로 향하던 항공편 총 29편이 회항하거나 결항 조치됐다. 아소 구마모토 공항은 29일 오전 6시경 공항 웹사이트를 통해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28일 밤 10시(현지시간) 기준 일본우편, 야마토운수 등 일본의 운송 서비스 업체는 구마모토현 출발·도착 화물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JR화물은 야쓰시로역에 정차 중이던 화물열차가 탈선해 전복된 것으로 보고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차질을 염두하면서 추가 대형 지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오야마 사토시는 "(현지에) 소니, TSMC 등 공장이 있어 생산에 차질을 빚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단 TSMC의 경우 "메인 공장이 아니기에 주가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인명·재산 피해를 남긴 2016년 대지진 당시, 규모 6.5의 첫 지진이 발생한 지 이틀 뒤 규모 7.3의 강진이 구마모토현을 덮쳤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리쿠라 타카지로 교토대 지진학 명예교수는 "진도 분포를 볼 때 이번 지진은 '히나구 단층'이 주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후타가와 단층'은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두 단층이 인접해 있어 한쪽이 움직이면 연동해 다른 단층이 반응할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