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3.5~3.75%로 5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연준 내에서도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했다가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재개로 유가 변동성이 다시 확대된 만큼 연준이 금리 인상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낸 위원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은)의 로리 로건 총재, 클리블랜드 연은의 베스 해맥 총재,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닐 카시카리 총재 등 3명이다. 워시 의장이 취임한 후 처음 주재한 지난 6월 회의에선 만장일치 동결이었지만 한 달 만에 '반란'표가 나온 셈이다.
연준에서 같은 의견의 반대표가 3명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반대표 수도 시장 예상보다 많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연준의 금리 동결 발표에 앞서 반대표가 해맥 총재와 로건 총재 등 2명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카시카리 총재까지 인상론에 가세했다. 이들은 지난 4월말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이 주재한 마지막 FOMC 회의에서도 정책결정문에 '추가조정'이라는 완화 편향 문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워시 의장은 금리 동결 발표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연한 인플레이션 목표는 없다"며 "오직 하나의 목표치만 존재하고 그것은 2%"라고 밝혔다. 물가 2%라는 공식 목표보다 높은 암묵적 목표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장 일각의 의구심을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또 "목표치를 웃돈 지난 5년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9주 만에 혹은 한 달 동안의 완만한 물가하락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연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다만 워시 의장이 말로만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행동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워시 의장은 지난 6월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물가안정을 달성하겠다는 연준의 의지는 강력하고 만장일치이며 결코 모호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번 결과는 동결이었다.
워시 의장 체제 출범 이후 2차례 금리 동결을 두고 모두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동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10월 FOMC 인상 확률은 각각 63.2%, 55.6%로 전날 55.8%, 46.6%보다 높아졌다.
연준의 올해 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은 월가에서도 엇갈린다. 뱅크오프아메리카와 도이치뱅크는 각각 3차례, 2차례 금리 인상을 전망한 반면 JP모간,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웰스파고 등 7곳은 올해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변수는 유가와 물가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달 금리 결정 전에 발표된 6월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달보다 꺾이면서 다소 시간을 벌었지만 최근 유가가 다시 급반등하면서 연준의 부담이 커질 조짐이다.
이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이 전장보다 1.52% 내린 7316.1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74% 하락한 2만4442.94에 각각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19% 급락한 5만1594.14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시장에선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날 장중 0.07%포인트 오른 4.67%를 나타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0.1%포인트 상승한 5.21%로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5.2%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