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책에서 두 개의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 하나는 저소득층과 자가 보유층 사이의 집 없는 중산층이고 다른 하나는 저층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 사이의 중층·중소 규모 주택이다. 전자는 치솟는 주거비에 흔들리고 후자는 비아파트 시장 위축으로 새로 지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중간과 주택의 중간이 동시에 무너지는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임차수요는 늘고 중산층은 줄어들면서 주거비 부담이 소득사다리 위쪽으로 번지고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어도 임대료를 내고 나면 식비·의료비·교육비·저축과 노후 준비에 쓸 돈이 부족하다. 공공의 지원을 받기에는 소득이 높고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살거나 집을 사기에는 자산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주거정책의 첫 번째 '사라진 중간'이다.
한국에서는 고금리, 보증금 마련의 어려움, 임대인의 월세 선호, 전세대출 제약이 맞물리며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2026년 1~5월 전국 전월세 거래의 월세 비중은 68.6%, 서울은 70%, 비아파트는 81%에 달했다. 전세보증금이라는 목돈 부담이 매달 빠져나가는 현금지출로 바뀌면 가계의 생활방식도 달라진다. 월세를 먼저 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해야 하기에 소비를 줄이고 건강관리와 자녀 교육을 미루며 저축과 노후 준비를 포기한다. 지금의 월세화는 단순한 계약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생활기반의 위기다.
사람의 중간이 무너지는 동안 주택의 중간도 사라지고 있다. 도시계획가 다니엘 패로렉(Daniel Parolek)이 2010년 제시한 '미싱 미들 하우징'은 단독주택과 고층 아파트 사이에서 사라진 듀플렉스·타운하우스·중층 공동주택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연립·다세대주택, 소규모 아파트, 중층 임대주택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세사기 이후의 신뢰 붕괴, 프로젝트파이낸싱 경색, 공사비 상승, 불리한 금융과 인허가 조건으로 비아파트 신축은 급감했다.
과거의 빌라를 그대로 다시 많이 짓자는 뜻은 아니다. 고가 아파트와 원룸·투룸 사이에서 적정한 임대료와 면적, 품질과 관리 서비스를 갖춘 '양질의 중간주택'을 되살려야 한다. 역세권 가족형 임대주택, 엘리베이터와 공용공간을 갖춘 중층주택, 장기간 한 사업자가 소유·관리하는 임대주택이 대안이다.
정책도 두 중간을 함께 살려야 한다. 저소득층에는 두터운 지원을 유지하되 중간소득 임차가구에는 소득과 지역 임대료에 따라 지원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월세 세액공제, 보증금 이자지원 등 얕지만 폭넓은 안전망도 필요하다. 동시에 중소규모 사업에 맞는 보증·건설금융과 세제 지원, 신속한 인허가를 마련하되 품질보증·하자관리·보증금 보호·전문 운영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집 없는 중산층은 주거사다리의 중간이고 양질의 중층주택은 공급체계의 중간이다. 이들이 사라지면 도시는 고밀·고가 아파트와 저층·노후 주택으로 양극화된다. 주거정책은 양 끝만이 아니라 사회를 떠받치는 사람의 중간과 다양한 삶을 담는 주택의 중간도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