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현지 기업에 취업할 때 10만달러(약 1억42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상은 미국 대학 학부나 대학원을 졸업한 외국인이 활용하는 '선택적 실무연수(OPT)' 제도다. OPT는 외국인 유학생이 F-1 학생 신분을 유지하면서 미국 내에서 일정 기간 전공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업 프로그램이다.
WSJ에 따르면 이번 수수료는 외국인 졸업생이 OPT를 통해 미국 기업에 취업하려 할 때 적용하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만 수수료를 유학생 본인이 부담할지,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이 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전문인력 규제 정책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 1000달러 수준에서 10만달러로 100배 인상하려던 행정 조치가 지난 6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대안으로 OPT 단계 규제가 검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OPT는 외국인 고급 인력이 미국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주요 통로로 활용돼 왔다. 미국 대학 졸업생은 일반적으로 최대 1년간 OPT를 통해 근무할 수 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공자는 추가 연장을 통해 최대 3년까지 미국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와 금융업계 주요 기업들이 OPT를 활용해 미국 대학 출신 외국인 인재를 채용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H-1B 비자로 전환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OPT가 사실상 미국 고급 인력 확보의 첫 관문 역할을 해온 셈이다.
미국 이민당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OPT를 통해 미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학생은 41만9000명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10만달러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전체 징수액이 419억달러(약 60조원)에 이를 수 있다.
WSJ은 다만 이번 방안이 아직 국토안보부(DHS) 내부에서 논의되는 단계로 실제 시행 여부와 구체적인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승인 여부도 미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대학과 기업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WSJ은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외국인의 미국 유학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외국인 졸업생을 채용해온 실리콘밸리·월스트리트 기업들과 유학생 유치로 수익을 얻어온 대학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