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 지나쳐" 10년 쌓은 FIFA 왕좌 흔들, 인판티노 누구[글로벌키맨]

백소희 기자
2026.08.02 11:34

[글로벌키맨] 유럽축구연맹 행정가로 축구계 입성…
FIFA 지도부 뇌물 스캔들때 급부상, 십년간 FIFA 회장
"올해 월드컵 역대급 수익" vs "권력자와 친하고 약자 무시"

2026년 7월 11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노르웨이 대 잉글랜드 8강 경기 전 관중석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축구 행정가에서 세계 최고 외교 무대까지 넘보게 된 인물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민다고 알려진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회장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프로 축구선수 출신도 아니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경영능력으로 십년간 FIFA 수장 자리를 지켰다. 단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상업화가 지나치다는 반발에 부딪쳐 10년 임기중 가장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영국 가디언은 그에 대해 "절차·행정 등 건조한 관료적 언어보다 가장 본능적이고 노골적인 이해관계에 호소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변호사→유럽축구연맹→FIFA 부패 위기때 급부상

인판티노 회장은 1970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 변호사로 활동했다. 스위스 아마추어 축구클럽인 FC 브리그-글리스 회장에 나서며 축구행정에 도전했다. 젊은 나이와 짧은 경력이 약점이었지만 새로운 스폰서와 수익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그는 2000년 유럽축구연맹(UEFA)에 입사해 법무·행정을 담당했다. 2009년 UEFA 사무총장에 올랐다. 2016년 제프 블래터 FIFA 회장 후임으로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이 유력했다. 그런데 FIFA 최고위 임원들이 다수 연루된 뇌물 스캔들이 터졌다.

인판티노는 플라티니의 최측근이자 유럽이 미는 후보로 나서 FIFA 회장에 깜짝 당선됐다. 그는 대의원들을 향해 "FIFA의 돈은 여러분의 돈입니다. 회장의 돈이 아닙니다"라고 지지를 호소했고 저가 항공사 이용을 공약했다. 그 결과 경쟁자이던 요르단의 알리 빈 후세인 왕자를 115대 88로 꺾었다. 이후 2019년과 2023년 각각 단독 출마해 잇따라 무투표 당선됐다.

[워싱턴=AP/뉴시스] 잔니 인판티노(오른쪽)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월 5일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2026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식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5.08.23. /사진=민경찬

그가 FIFA에 역대급 수익을 안겨준 점은 공로로 인정받는다. 취임 당시 블래터 전임 회장의 부패 스캔들 여파로 후원사들이 줄줄이 발을 빼던 상황이었다. 10년 만에 회원국에 분배되는 기금은 8배 늘었고 전 세계 축구 발전에 51억달러가 투자됐다. 2026년 월드컵을 통해서만 약 90억달러의 직접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올해 월드컵 참가국 수를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렸고 다음 회차엔 64개국으로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힌 것도 FIFA 수익과 직결된다는 평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및 중동 지도자들과 노골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과시한다. 4년 중 단 한 해(월드컵 개최 연도)에만 흑자를 내는 FIFA의 구조를 감안하면, 인판티노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는 개인적 친분을 넘어 '사업 전략'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취임한 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과 겹친다. 당시 축구에 무관심했던 트럼프를 공들여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2기 들어서는 스포츠 외교를 중시하는 트럼프 기조와도 맞아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권력자에게 편승하고 약자는 무시한다는 꼬리표는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붙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여성 관람금지 조치를 인권 단체들이 규탄했지만 그는 침묵했다.

2026 월드컵 직접수익만 90억달러…트럼프와 밀착
(AFP=뉴스1) 송원영 기자 = 19일(현지시간)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에 위치한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에게 준우승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AFP=뉴스1) 송원영 기자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무리한 상업화로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FIFA의 상업적 권리를 일임할 법인을 만들고 지분 20%를 트럼프 일가 투자 회사에 비밀리에 매각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UEFA가 보이콧을 선언하고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잇따라 반기를 들었다. 결국 FIFA는 민간법인 설립계획을 철회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내년 FIFA 회장 선거에서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보였으나 상황이 급변했다. 나세르 알 켈라이피 파리 생제르맹 회장, 빅터 몬타글리아니 FIFA 부회장 겸 CONCACAF 회장 등이 그의 대항마로 거론된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은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서 전기세, 인건비도 모자란 굴욕적 상황인데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끈끈한 사이다.

한편 저가 항공을 타겠다던 인판티노 회장 공약은 어떻게 됐을까. 현재 그는 카타르 정부가 제공한 전용기를 타고 뉴욕, 마이애미, 취리히에 있는 사무실을 오가며 연봉 600만달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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