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 중인 유럽에서 산불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유일한 원자력발전소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등 폭염 관련 피해가 이어졌다.
그리스 아테네 마케토니안 통신, 프랑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에 위치한 프사타 지역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이던 헬기 두 대가 공중에서 충돌, 헬기 한 대에 탑승 중이던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다른 헬기 승무원들은 무사히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소방당국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재 지역에서 불고 있는 강풍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지역 강풍은 한때 시속 100km에 달해 헬기가 바다에서 물을 퍼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자연력과 기상 조건이 인간의 모든 계획과 힘을 뛰어넘는 순간들이 있었다"며 산불 진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달 말 프사타에서 북쪽에 위치한 보아오티아 지역에서 시작됐다. 송전시설 전선에서 튄 불꽃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당국이 현지인 두 명을 체포했으며 도주한 한 명을 추적 중이다.
그리스 소방당국은 최근 일주일 동안 전국 산림, 농경지에서 220건의 화재가 발생해 진압했다고 밝혔다. 북부 카발라부터 중부 스칼로마, 에지알리아, 아르고스와 남부 파로스 섬, 크레타 섬 레팀노와 에라클리온 지역 등 전역이 화재 피해를 입었다. 크레타 섬과 펠로폰네소스에서 소방관 2명씩 총 4명이 화재 진압 중 목숨을 잃었다.
구체적인 민간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계자들은 피해 면적이 수만 헥타르에 이를 것으로 짐작한다. AP통신은 "21세기 유럽 최악의 화재로 꼽히는 2018년 마티 산불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마티 산불은 그리스 아테네 동부에 위치한 휴양지 마티에서 발생한 것으로 10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화재와 관련해 방화 혐의를 받는 용의자 3명을 포함해 33명을 체포했다.
그리스 당국은 아테네 인근과 보아오티아 지역 화재 위험이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달 22일 시작해 프랑스 지롱드 지역을 불태우고 있는 산불도 아직 완전히 진압되지 않았다. AP통신은 화재 피해를 입은 면적이 420km²에 달하며 곳곳에서 아직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주민 수천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롱드와 스페인에서 동시 발생한 이번 산불로 30만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헝가리는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떨어지면서 헝가리 유일 원자력발전소인 팍스 원전이 가동을 중단했다. 1982년 가동 개시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페테르 마자르 헝가리 총리는 이번주 헝가리 최고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주가 가장 위태로운 5일이 될 것이라 우려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 튀르키예 서부 카세레스 주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민 800명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기후변화가 프랑스·스페인 산불 피해를 키운 주범이라는 지난 30일 세계기상원인규명(WWA)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산불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WWA는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자 단체다. 이들은 지난 26년 간 이어진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스페인에서 대형 산불 위험이 20배 높아졌고 프랑스에서는 2배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페인의 경우 올해 초 이례적으로 높았던 강수량 탓에 식물이 평소보다 훨씬 무성하게 자란 상황에서 가뭄이 이어져 산불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산불에 대해서는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조성돼 있어 산불이 더 크게 번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