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폭염시대 기후청구서]① 사라진 글로벌 GDP, 7경원 규모…폭염이 경제 핵심변수
![[보르도=AP/뉴시스] 26일(현지 시간) 프랑스 보르도 외곽 마르슈프림 인근에서 확산한 산불로 나무들이 불에 타고 있다. 2026.7.27.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7/2026072811213340047_3.jpg)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폭염이 글로벌 경제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극한 더위는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물류와 건설 등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 산불 등 재해는 물가를 자극해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시장에선 "다음 세대의 문제로 여겨지던 기후변화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는 진단이 나온다.
28일 외신을 종합하면 유럽 남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과 건조한 날씨로 프랑스와 스페인 전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화재가 통제불능으로 치달으면서 30만명 넘는 주민과 관광객이 긴급 대피했다. 프랑스에선 와인 주요산지인 보르도 인근까지 화마가 덮쳐 소방 당국이 불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극심한 폭염이 발생했던 해 생산성이 저하되며 유럽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0.3~0.5% 가량 줄어든 걸로 분석했다. 2026~2030년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 경제국들이 극한 폭염에 반복노출되면 이 기간 누적 GDP 손실이 5~7%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비견될 정도다. 2020년 세계 GDP는 약 3.6% 쪼그라들었다.

지난 2022년 다트머스대 조사에 따르면 지난 30년 온난화로 발생한 폭염 탓에 전세계가 50조달러(약 7경원)라는 천문학적인 누적 경제 손실을 입은 걸로 추산됐다. 폭염이 이어지면 농작물 생산이 줄고 근로자들이 더위에 지치면서 노동 생산성이 하락한다. 냉방 수요가 늘면서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이 늘면 기업들의 생산비 부담은 커진다. 이렇게 높아진 비용은 결국 식품 가격과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린다.
비용증가, 투자위축, 소비감소 등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면 경제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다. 폭염으로 시민들은 외출을 삼가고 각급 학교는 휴교령을 내린다.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 유명 관광지들이 문을 닫는 모습은 일상을 바꾸는 날씨의 위력을 드러낸다.
기업들은 가장 심각한 기후 위험으로 태풍이나 홍수, 산불보다 폭염을 꼽는다. 글로벌 지수·리서치 기업 MSCI가 전 세계 상장기업 1만1215곳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99.8%가 폭염으로 인한 실질적인 재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의 정도는 다를지언정 사실상 거의 모든 업종이 폭염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다. 특히 제조업과 물류, 농업, 건설업 등 야외 작업 비중이 높은 산업은 기온 상승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인프라 복구, 비상 서비스 유지, 학교 및 공공시설 내 냉방 장치 설치 등 늘어나는 기후 대응 비용은 각국 정부의 재정에도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인구 고령화, 국방비 증가와 더불어 기후변화를 정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3대 핵심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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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인한 물가 상승도 무시할 수 없다. 버클리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 기후 사건의 빈도와 강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중앙은행들도 더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물가 안정과 경제 운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변화와 새로운 위험 요인에 민감하게 대응해온 사모펀드 업계는 기후 리스크를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일부 사모펀드는 기후 위험 분석 전문 업체를 고용하고, 투자 대상 기업의 기후 취약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고 나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 예측 및 위험 평가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1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