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한 달 40% 폭락, 투자 부적합 국가 직면"...외신의 경고

윤세미 기자
2026.08.04 16:36
지난 6월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코스피 9000 돌파를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AFPBBNews=뉴스1

한국 증시가 투자에 부적합한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외신의 분석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수혜 가능성은 유효하지만 극심한 변동성과 정책 당국의 실책으로 투자자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4일 블룸버그통신의 한 칼럼은 우선 한국 증시가 기업 펀더멘털 측면에선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시총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이며, 현재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도 5.5배로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칼럼은 단지 저평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복귀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걸림돌로는 극심한 변동성을 꼽았다. 코스피지수는 27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하루 5% 이상 급등락한 날은 33거래일에 달해 일본 닛케이225 지수(4일)나 홍콩 항셍지수(0일)와 비교해 훨씬 많다.

칼럼은 전통 자산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못지않게 위험 조정 수익률을 중시하는 만큼 지금처럼 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면 한국 증시 비중을 늘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당국 정책 미흡, 국민연금도 제기능 못해"

이 같은 변동성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꼽혔다. 지난 5월 정부가 단일 종목 기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허용하면서 상품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리밸런싱 매매가 주가 변동을 극대화했다. 당국이 뒤늦게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상품 접근 규제에 나섰으나 지수 악영향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정책 운용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증시 개혁 공약에 기대감을 품은 개미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했으나 결국 큰 손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ETF 중 일부 상품은 지난 6월 고점 대비 최대 84%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약 36만개의 증권 계좌가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됐으며, 이 중 62%는 35세 이하 젊은층 투자자로 추정된다.

칼럼은 한국 정부의 또 다른 실책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않게 한 결정도 언급했다. 원래대로라면 하락장에서 매수하고 상승장에서 매도해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해야 할 연기금이 기능하지 못하면서시장의 과열을 부추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면서 그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정책 실패와 미흡한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중국을 '투자 부적합' 국가로 평가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제 한국 증시 역시 같은 우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 운영 방식과 초보 투자자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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