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사임설이 불거진 가운데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보좌하는 기관이 직접 나서 사임설을 부인했다. 모즈타바 최고지도자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이란 내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케이한, 아르만에멜리 등 이란 매체를 종합하면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를 보좌하는 최고지도자실은 4일 성명에서 "최근 어떤 인물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서한과 모즈타바 최고지도자의 반응에 대해 제기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사이버 공간에 유포된 게시물들은 근본적으로 거짓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성명에 언급된 '어떤 인물'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일가와 인척 관계인 모하마드 바게르 하라지를 가리킨다. 그는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등 대미국 협상파를 비판했다. 하라지는 이란 신문 헤즈볼라의 발행인으로 정부 내 직책은 없다.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영상에서 하라지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2024년 취임 때부터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대통령직을 관두겠다며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여러 차례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모즈타바 최고지도자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사임하고 싶으면 사임을 허락하겠다고 하자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압박을 포기했다는 주장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 사임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고 페제시키안 대통령 측은 적대국들의 언론 조작이라고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모즈타바 최고지도자의 인척인 하라지가 사임설을 제기한 탓에 의혹이 증폭됐다.
하라지는 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현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에서 모흐센 레자이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졸가드르 사무총장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출신 강경파지만 현재는 미국과 협상에 무게를 싣는다. 반면 레자이 고문은 미국에 재공습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며 헙상을 부정적으로 본다. 하라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란 노선 변경을 시사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사임하겠다면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며 하라지의 주장에 대해 "갈등을 유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지도자실까지 직접 진화에 나서면서 대통령 사임 논란은 일단 한풀 꺾였다. 그러나 물밑에서 벌어지는 이란 지도부 내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신정정권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음성 메시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IRGC 최고위 인사들이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를 둘러싼 채 실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지도자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대미 협상파와 협상에 반대하는 강경파 사이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국영매체 편향 보도 논란에서 몇 차례 표출된 바 있다. 협상단 대표인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 6월 이란 국영방송 IRIB와 대미국 휴전 양해각서(MOU)에 관한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IRIB가 인터뷰 영상 송출을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이란 의회 측은 이란 재건 자금 조달,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협상 중요 부분 설명과 최고지도자가 협상을 승인했다는 발언이 방송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에 IRIB가 강경파에 유리한 쪽으로 보도한단 비판이 이란 정계, 언론계에서 제기됐다.
현재 IRIB 사장은 극보수 인사로 분류되는 페이만 제벨리가 맡고 있다. 이란 매체 로이다드24는 제벨리 사장 취임 이후 정치 담당 부문 곳곳에 사이드 잘릴리의 측근들이 자리 잡으면서 정치 프로그램이 편향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잘릴리는 이란에서 '살아있는 순교자'라 불리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JCPOA)에 강력 반대했던 강경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