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중국산 반도체장비 현지사용 검토…美 수출규제 대비"

정혜인 기자
2026.08.05 17:19

로이터 "예비 선택지" 관측…삼성전자 "검토 안했다"

/사진=AMEC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산 반도체 제조장비 성능 평가에 나섰다고 5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업체 AMEC(중웨이반도체설비)의 장비를 중국 공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이를 위해 약 2년 전부터 AMEC의 식각 장비(etching equipment) 성능 시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식각 장비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또는 웨이퍼 위에 증착된 박막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원하는 형태의 구조물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는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MEC 장비 시험에 나설 당시 미국이 두 기업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계속 허용할지 불확실성이 커지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美, 미국산 장비 중국반입 제한→"예비 선택지" 차원

미 상무부는 지난 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했고, 두 회사는 수출 통제 대상인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별도의 허가 없이 중국 공장에 반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지난해 두 회사의 VEU 자격을 취소했고, 이후 1년 단위의 연간 단위의 허가를 부여했다.

소식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규제 범위가 신규 장비뿐 아니라 중국 공장에 이미 반입된 미국산 제품으로 확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생산 능력 확대보다 기존 생산라인 유지 및 업그레이드를 위한 예비 선택지로 중국 장비업체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AMEC 장비는 이미 중국 대표 메모리 업체인 양쯔메모리(YMTC)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부 장비의 기술 성숙도가 시험 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뉴스1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 낸드플래시 생산 시설을, 장쑤성 우시에 D램 공장을 두고 있다. 이 공장들은 현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등 미국 업체의 식각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로이터에 "중국 공장 내 사용을 위한 AMEC 장비 시험을 하지 않았고, 이를 검토한 적도 없다"고 보도를 부인했다.

SK하이닉스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美 규제, 中 장비업체에 오히려 기회"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첨단 노광장비 또는 일부 검사장비의 기술력을 해외 업체들에 상당 부분 뒤처져 있다. 하지만 식각, 증착, 세정, 평탄화(CMP)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상당 부분 좁히며 가격 경쟁력으로 해외 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산 장비는 기존 해외 업체 제품보다 20~30% 저렴하다.

로이터는 "이번 성능 평가가 AMEC 장비의 광범위한 도입 결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AMEC 입장에선 이번 성능 평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을 드문 기회를 얻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 정책이 안고 있는 역설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한 규제 조치가 오히려 중국산 장비가 중국 내 외국계 공장에 진입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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