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취임 이후에도 그와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연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 취임 이후에도 며칠 연속으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이후 한동안은 연락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과 통화에서 이란 전쟁, AI(인공지능) 발전의 경제적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워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경제 관련 긍정적인 견해를 자주 피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워시 의장을 '가치 있는' 외부 경제 고문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TV에서 워시 의장을 본 뒤 그의 외모를 칭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WSJ는 "전임 의장인 제롬 파월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것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과 경제 관련 의견을 교환하면서 금리 등 통화 정책도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워시 의장이 취임 전 미 상원 인준받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문제를 언급한 적은 없다"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비록 대통령이 연준의 수장을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 권한을 갖지만 연준은 미 백악관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한다.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은 정치적 판단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개입되는 것을 막고자 의도적으로 거리를 유지해 왔다.
WSJ에 따르면 빌 클린턴(재임 기간 1993∼2001년) 정부 때부터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연준에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일을 피했다. 최근 수십 년간 대통령과 연준 의장의 소통은 공식적이고 사전에 조율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비춰 트럼프 대통령과 워시 의장의 전화 통화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연준의 독립성에 강한 불만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WSJ 인터뷰에서 연준 의장이 금리 수준을 결정할 때 자신과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파월 전 의장 재임 당시 공개적으로 연준을 향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을 강하게 압박해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휩싸이기도 했다.
한편 백악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연준의 신뢰와 역량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량권을 주고 있다"며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