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 통제 불능 수준의 산불이 발생해 주민 2만명이 대피하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AFP·AP통신 등에 따르면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전날 오후 5시30분경 발생한 산불은 전례 없는 속도로 확산해 주 전역으로 번졌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하루 사이 신고된 산불 건수는 100건 이상에 달했고, 산불 규모는 2배로 커졌다. 전날 50㎢였던 불길 면적은 여의도 면적(8.48㎢)의 10배가 넘는 103㎢까지 확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산불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지며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부상자 등 인명 피해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지사는 이날 "산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산불이 시시각각 변하는 등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며 서머랜드 지역은 폭탄이 터진 것과 같았다"고 밝혔다. 서머랜드 지역은 이번 산불로 전력 공급도 중단됐다.
현지 당국은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상 상황에 따른 산불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켈리 그린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재난관리 및 기후대비부 장관은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다. 기상 악화로 (산불 진화에) 추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산불관리국은 추가 산불 발생 가능성도 경고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산불관리국의 클리프 채프먼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주 내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추가 대피령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정부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정부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대피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산불이 발생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오카나간 밸리는 밴쿠버에서 내륙으로 약 400km, 시애틀에서 북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져 있다. 이곳은 따뜻하고 햇빛이 많은 기후 덕분에 캐나다의 대표 와인 생산지로 자리 잡았다. 또 호수가 곳곳에 있고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 캐나다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여름철 인기 관광지다.
한편 캐나다는 지난달 동부 온타리오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를 압박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온타리오주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국 국경을 넘어 워싱턴DC까지 퍼지자, 캐나다 산불로 미국 대기오염이 발생했다며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와인 등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 추가 관세 부과를 지시했다. 다만 당시 백악관은 관세 부과 이유로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등에 대한 캐나다의 차별 조치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