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2300년 넘게 무덤 속에 있던 술이 액체 상태로 발견됐다.
11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북서부 닝샤후이족자치구 구위안시의 산자바오 무덤 유적에서 전국시대 진(秦) 문화권의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술병이 발견됐다. 이 무덤은 전국시대 진나라가 쌓은 장성 유적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닝샤 고고학연구소는 2024년 3월부터 이 일대를 발굴해 전국시대 무덤 183기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179기는 진 문화와 관련된 무덤으로 파악됐다. 이 주변의 요새와 방어시설에 주둔했던 병사와 가족, 지역 주민 등이 사용한 공동묘지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술이 발견된 곳은 이 유적지 북쪽 끝에 자리한 39호 무덤(M39)이었다. 무덤 안에서는 주둥이가 마늘 모양으로 생긴 청동 술병이 나왔는데, 이 같은 형태의 용기는 당시 진 사람들이 술을 보관할 때 사용했던 대표적인 기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술병 안에 내용물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 관심을 끌었다. 내부에선 약 3.74ℓ(리터)의 맑고 옅은 청록색 액체가 발견됐다. 특별한 냄새는 나지 않았고 바닥에는 소량의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었다. 연구팀은 전국시대 유적에서 이처럼 많은 양의 술이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2000년이 넘는 세월에도 술이 증발하지 않은 데에는 독특한 밀봉 방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용기 안쪽에는 직물이 덧대어져 있었고 바깥쪽에는 유기물이 섞인 진흙층이 입혀져 있었다. 이중 밀봉 구조가 외부 공기와 지하수가 술병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은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건조한 현지 기후와 청동 용기의 특성, 매장 환경 역시 보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술의 주원료는 곡물의 일종인 기장(broomcorn millet)이었다. 식별된 전분 가운데 약 92%가 기장에서 유래했고, 나머지 약 8%는 밀 또는 보리 계열이었다. 밀과 보리 전분에선 분쇄하거나 가열했을 때 나타나는 흔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흔적을 토대로 당시 사람들이 곡물에 미생물을 번식시켜 발효제로 사용하는 방식과 유사한 양조 기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단순히 곡물을 자연 발효시킨 것이 아니라 일정한 발효 기술을 활용해 술을 제조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술병이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서도 마실 수 있도록 함께 묻은 '부장품'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선 신석기시대부터 술을 만들었던 흔적이 확인됐지만, 고대 술이 이처럼 많은 양의 액체 상태로 보존된 경우는 드물어 당시 양조법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발견에 대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고고과학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6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