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를 하이브리드 제왕으로 키웠다...'프리우스 신화' 오쿠다 별세

백소희 기자
2026.08.12 14:46

[글로벌키맨]

1998년 9월 17일, 온타리오주 케임브리지 공장 방문 중 온타리오주 케임브리지 공장 방문 중인 도요타 자동차 사장 오쿠다 히로시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토요타자동차 전 사장이자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을 지낸 일본 대표 경영인 오쿠다 히로시가 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오쿠다 전 사장은 1995년 사장으로 취임해 토요타의 기업문화와 경영을 개혁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55년 토요타에 입사한 뒤 동남아시아로 좌천성 인사를 받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1982년 토요타자동차판매와 토요타자동차공업이 합병해 현재의 토요타자동차가 출범한 이후 창업자 가문 출신이 아닌 인물로는 처음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쿠다 전 사장은 토요타 안팎을 동시에 개혁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사장 취임사에서 그가 남긴 "토요타가 바뀌면 일본이 바뀐다는 자부심이 있다"는 말은, 당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토요타의 기업문화 개혁을 상징하는 발언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화를 통한 경영 체질 개선은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당시 토요타는 본거지인 미카와 지역에 안주하며 외부와 교류하지 않는 내향적 경영 방식 탓에 '미카와 먼로주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오쿠다 전 사장은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적극적으로 공장을 건설하고, 하이브리드차 등 환경기술 개발과 주주 중시 경영을 내세웠다.

하이브리드차(HV)의 선구자가 된 '프리우스', 젊은층을 겨냥한 소형차 '비츠'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프리우스는 1997년 출시 후 2022년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약 505만대를 기록하면서 토요타를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지배자로 올려놓았다. 비츠는 해외 진출을 노린 중저가 차량으로 2023년까지 누적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섰다.

토요타의 성장과 함께 오쿠다 전 사장의 이름도 세계 경영인들 사이에 각인됐다. 토요타가 세계 판매량을 급격히 늘리며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자, 미국 자동차업계에서는 오쿠다의 발언과 행보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일 자동차 협의 과정에서는 오쿠다 전 사장에 대한 도청 문제가 발각되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장기 불황에 지치고 자신감을 잃었던 일본 기업 전반에도 자극과 영향을 줬다.

오쿠다 전 사장은 2002년 게이단렌이 닛케이렌(일본경영자단체연맹)과 통합한 뒤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관에서 민으로'를 내걸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의 인맥을 기반으로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을 맡아 개혁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쿠다 전 사장은 게이단렌 회장 취임 직후 "일본은 한 바퀴 뒤처진 러너"라면서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채로 남아 있는 건 구조개혁이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쓴소리를 냈다. 그가 취임 후 4년간 정리한 제언은 약 200건. 2003년 1월 발표한 장기 비전에서는 인구 감소를 내다보고 소비세율 인상과 외국인 노동력 수용을 과감히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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