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자 하늘이 어두워졌다. 평소 강한 태양빛에 가려져 있던 태양 외곽 대기층인 코로나가 진주빛 광채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12일(현지시간) 개기일식 현장. 스페인 이비사와 마요르카 일대에 모인 수천 명의 인파는 박수치며 환호했고 해안가 선박들은 고동을 울렸다. 이비사에서 일식을 관람하던 엘리자벳 마린 씨는 "달이 태양을 깨물기 시작했다"며 감격했다.
아이슬란드 서부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에서는 2년 전 일식날 교제를 시작한 케니 샤보 씨가 함께 여행 온 연인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했다.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유럽 대륙을 관통하는 개기일식이 펼쳐졌다. 스페인에서 완전한 개기일식이 관측된 건 1905년 이후 121년 만이다. 개기일식 관측 경로에서 벗어난 유럽 전역에서도 대부분 부분일식이 관측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개기일식은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페인을 잇는 '달의 본그림자 경로'를 따라 진행됐다. 달의 본그림자 경로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서 지구 표면에 떨어지는 그림자의 이동 궤적을 뜻한다.
아이슬란드 서부 헬리산두르에서는 오후 5시 45분, 스페인 발렌시아 등지에서는 저녁 8시 30분 무렵 개기식이 시작됐다. 관측 경로에서 벗어난 영국 런던에서 태양이 90% 이상 가려졌다.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는 28% 수준의 부분일식이 관측됐다.
스페인 북서부 오우렌세 교도소에서는 재소자 87명이 운동장에 모여 단체로 일식을 관람했다. 스페인 교정당국은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자의 처지가 어떻든 우리는 경외감을 느끼는 능력처럼 단순하고 순수한 무언가를 공유한다"며 "때로는 이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순간들이 있다"고 전했다.
영국 런던 등지에서는 일식 안경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이색 대체품을 들고 나왔다. 맨눈으로 태양을 보면 눈을 다칠 수 있어 구멍을 뚫은 시리얼 상자, 소쿠리 구멍 등을 통해 바닥에 비친 초승달 모양의 햇빛을 관찰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일식을 태양의 물리적 특성을 밝힐 기회로 삼았다. 코로나는 태양 표면(약 6000°C)보다 훨씬 뜨거운 수백만 도에 달하는데, 그 원인이 되는 태양 자기장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일식 전부터 코로나의 형태를 예측하는 모델을 작동시켰다. 지구 통신망 교란과 인공위성 장애를 일으키는 태양풍 및 태양 플레어, 코로나 질량 방출(CME)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
갑작스러운 어둠에 따른 동물 반응도 포착됐다. 스페인 산탄데르 해안에서는 개기식 약 1분 전부터 갈매기 수십 마리가 큰 소리로 울며 상공을 원형으로 선회했다. 낮이 갑자기 어두워지자 일부 조류가 새벽으로 착각해 울음소리를 내는 현상도 확인됐다.
스페인에서는 영화감독 안헬 가르시아로호의 '트라이일식(TriEclipse)'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 과학자 200여 명이 일식 동안 동물의 행동 변화 데이터를 기록했다.
개기일식으로 시작된 우주 쇼는 13일 새벽 절정에 달한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로 이어지며 장관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