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현지시간)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27일 오후 7시 기준 적어도 273명이 사망하고 외국인 포함 14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네팔에서만 270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정부는 외교부와 경찰·소방인력으로 구성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소속 직원들이 고립되거나 연락이 끊긴 두산에너빌리티, 한국남동발전도 각각 긴급대응반을 급파했다.
로이터통신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당국은 이날 오후까지 구조·수색 결과 17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가 앞서 티베트자치구 지룽 통상구 일대에서 3명이 숨지고 558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양국 사망자는 적어도 180명이다. 로이터는 양국 집계 결과 외국인 800여명을 포함, 1500명 가까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수색이 계속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인명피해는 불어날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평소에도 힌두교, 불교 등 종교 관련 순례객이 붐비는 곳으로 알려졌다. 일부 구조소식도 들려왔다. 네팔 당국은 고립됐던 366명이 헬기로 구조됐다고 밝혔다. 여기엔 6개국에서 온 외국인 45명도 포함됐다.
◇빙하 녹으며 토사 쏟아졌다, 기후재앙 주목=BBC에 따르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네팔-중국 국경지역에서 보고된 규모 4.4 진동이 지진이 아니라 빙하 붕괴 및 토사류에 의한 충격파였다고 재분류해 발표했다. USGS는 "지진 관측소 데이터와 위성사진 등을 추가 분석한 결과 해당 진동은 빙하가 무너지며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빙하가 무너지며 발생한 충격파가 지진으로 여길 만큼 강력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빙하 붕괴에 이은 '자연댐(빙하댐) 붕괴'를 지목했다. 카트만두 소재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사스와타 산얄 재난위험경감 전문가는 "네팔 쪽 빙하에서 무너져 내린 얼음과 바위 덩어리가 렌데콜라강을 막았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대홍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얼음과 바위 등이 강을 막아 일종의 자연댐을 만들었다가 차오른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서 막대한 양의 물과 토사가 순식간에 하류로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ICIMOD에 따르면 당시 하류 트리슐리강의 일부 수위는 30분 만에 최대 9m나 높아졌다.
빙하 붕괴의 근본 배경으론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이 지적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댄 슈거 캘거리대 지형학 부교수는 "약 5200m 고지에 있던 빙하 하단부가 떨어져 나가 약 1200m 아래 계곡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사고 전 24시간 동안 계곡 빙하의 눈이 녹아 맨얼음이 드러난 점으로 볼 때 당시 날씨가 매우 따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은 2023년 보고서에서 네팔의 얼음량이 불과 30여년 만에 3분의1가량 사라졌다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빙하가 녹는 속도는 이전 10년보다 65% 빨라졌다. AP통신은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생기는 위협은 이제 전세계적인 우려가 됐다고 경고했다.
◇현장대응반 급파=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6일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이동수 부사장(EHS부문장)이 비상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를 포함한 현장대응팀은 27일 현지로 이동했다. 정 대표는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들의 구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장현 남동발전 신성장본부장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직원들이 무사귀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의 안전확인과 무사귀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지 관계 당국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현지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네팔에 500만달러를 긴급 전달해 실종자 수색·구조 등 수습활동을 지원한다. 윤세미·김유빈·김지현 기자 spring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