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남은 봉지는 입에 버리세요" 無 플라스틱 시대 여는 이곳[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6.08.29 07:02

[월드콘]영국스타트업 '낫플라', 해조류 소재 포장재·식기 개발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친환경 소재 개발 스타트업 '낫플라'(Notpla)의 먹을 수 있는 포장재 필름 홍보 영상./사진=낫플라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배달음식을 시키면 남은 식기를 버리는 '과제'가 남는다. 마라톤 러너들이 달리다 마시는 물과 음료 병도 잘 수거해야 한다. 이 같은 식품 용기뿐 아니라 흔히 비닐(플라스틱)을 쓰는 포장재까지 먹을 수 있는 소재라면 어떨까.

2014년 설립된 영국 스타트업 '낫플라'(Notpla)가 이 일에 도전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아니다'(Not Plastic)를 사명으로 정했다. 자연 분해되는 포장재를 널리 보급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여보겠다는 정신이 담겼다.

낫플라 포장재의 원료는 해조류다. 해조류의 20% 정도를 구성하는 젤라틴질을 추출해 원료로 쓰기 때문에 먹을 수 있고, 먹지 않고 내버려두면 4~6주에 완전히 분해된다. 해조류는 탄소 흡수량이 나무의 20배에 달하는 데다 하루 1m까지 자랄 정도로 성장이 빠르고 토지를 사용하지 않아 그 자체로 친환경 소재다.

낫플라 공동 창업자 피에르 파슬리에는 화장품기업 로레알에서 제품 포장 전문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는 퇴사 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에 진학, 또다른 공동 창업자 가르시아 곤살레스를 만났다. 곤살레스는 건축가 출신으로 폐플라스틱 병을 모아 설치미술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둘은 '과일은 자연이 만든 포장재'라는 발상에서 출발, 과일 껍질처럼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완전히 분해되는 포장재를 목표로 연구에 나섰다. 그러던 중 계란 노른자를 감싼 얇은 막을 모방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다다랐다. '분자 요리'로 유명한 스페인 셰프 페란 아드리아의 '가짜 캐비어' 요리법을 이용했다.

낫플라 공동 창업자 피에르 파슬리에./AFPBBNews=뉴스1

그렇게 등장한 제품이 음료 포장재 '오호'다. '오호'는 스페인어 감탄사다. 해조류 젤라틴을 계란 노른자를 감싼 얇은 막 형태로 가공한 다음 그 안에 물을 담았다. 이렇게 하면 음료를 동그란 물방울 형태로 저장할 수 있는데 입안에 통째로 넣어서 섭취한다. 포장재까지 다 먹어도 되고 포장재만 뱉어도 된다.

낫플라는 2019년 런던마라톤에서 오렌지맛 스포츠 음료를 담은 오호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2022년엔 영국 윌리엄 왕세자가 만든 환경상 '어스샷 상'을 수상했다.

단단한 식품용기, 식기도 해조류를 원료로 한다. 플라스틱 대신 해조류 젤라틴을 식품용기에 코팅했다. 이렇게 만들면 4~6주 내 퇴비가 될 수 있다. 식기는 젤라틴을 추출하고 남은 해조류 섬유질을 원료로 한다. 섬유질을 녹여 틀에 부은 다음 굳히는 식인데, 기존 플라스틱 식기 생산설비에서 그대로 생산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물에 담그면 몇 시간 안에 분해된다.

현재 낫플라는 세제용기, 욕실용품 용기 등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화장품 용기와 가전 포장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회사는 2년 안에 연간 1억개 이상 일회용 플라스틱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고, 2030년까지 이 숫자를 연간 10억개로 늘리자는 목표를 세웠다.

배달음식 포장을 걱정할 필요없고, 러너들이 물과 함께 물병도 먹어 버리는 '노 플라스틱' 시대가 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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