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비상착륙 시킨 '날씨 풍선' …기상청도 놀랄 예보 만든다[월드콘]

여객기 비상착륙 시킨 '날씨 풍선' …기상청도 놀랄 예보 만든다[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6.06.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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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데이터 수집·예보 서비스 스타트업 윈드본, 세계 최고 수준 예보 서비스 제공…'가성비'도 뛰어나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기상데이터 수집·예보 서비스 스타트업 윈드본이 기상데이터 수집용 풍선을 쏘아올리는 모습./ 사진=윈드본 유튜브
기상데이터 수집·예보 서비스 스타트업 윈드본이 기상데이터 수집용 풍선을 쏘아올리는 모습./ 사진=윈드본 유튜브

지난해 10월16일 미국 유타주 상공을 비행 중이던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가 솔트레이크시티에 비상착륙 하는 사건이 있었다. 여객기 조종석 유리창에 풍선이 부딪쳐 유리창이 깨진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유리창에 부딪힌 풍선은 기상예측 스타트업 윈드본이 띄운 것. 대기를 떠다니며 날씨 데이터를 모으던 풍선이 여객기 항로에 진입해 사고가 난 것이다.

이후 윈드본은 항공 교통 상황에 맞춰 풍선을 조종 중이다. 항공기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상황을 감시하다 여객기가 풍선에 근접하면 고도를 바꿔 기류에 올라타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풍선 조종은 AI가 맡는다.

이 풍선은 기상 예측에 필요한 상층 대기 데이터를 수집한다. 전 세계 15개 지점에서 풍선 400개가 운영 중인데 회사는 풍선을 1만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위험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그만한 가치는 있다. 윈드본의 AI 기상예측 모델 '웨더메시'가 풍선들이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보를 내놓는데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보다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윈드본에 따르면 웨더메시의 5일 전 기상예보는 ECMWF가 바로 전날 내놓는 예보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 기상관측 풍선 프로젝트는 2015년 스탠퍼드대 우주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학생들은 당시 저렴해진 위성통신 기술 덕분에 풍선이 지구 어디를 날든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오래 떠 있을 수 있는 기상관측용 풍선을 만들었다. 바람의 흐름에 맞춰 풍선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열대성 저기압이나 관측이 부실한 태평양 한복판처럼 기존 관측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옮겨 다니며 측정할 수 있었다.

기상데이터 수집·예보 서비스 스타트업 윈드본이 기상데이터 수집용 풍선을 쏘아올리는 모습./ 사진=윈드본 유튜브 갈무리
기상데이터 수집·예보 서비스 스타트업 윈드본이 기상데이터 수집용 풍선을 쏘아올리는 모습./ 사진=윈드본 유튜브 갈무리

존 딘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동아리 회원들은 2019년 윈드본을 창업하고 풍선 개발을 이어갔다. 그 결과 풍선 하나를 57일간 띄우는 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기상 데이터 판매를 목표로 삼았으나 2022년 딥러닝 기반 기상예보 모델이 등장하자 직접 예측 모델까지 만들기로 했다. 이는 윈드본의 강점이 됐다. 모델 제작과 데이터 수집을 함께 연구하면서 기존 예보기관보다 빠르고 정확한 예보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윈드본 풍선은 '오래, 멀리, 저렴하게' 난다. 몇 주씩 하늘에 머무를 수 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기상 데이터 수집 풍선은 며칠 만에 터져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 비용이 NOAA 풍선보다 비싸긴 하지만 훨씬 오래 운용할 수 있어 데이터 수집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은 NOAA 것보다 저렴하다. 딘 CEO는 NOAA가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NOAA와 맞먹는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선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먼저 AI가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려면 풍선 고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계산한다. 이 계산에 맞춰 풍선 모래주머니에 달린 모터가 모래를 흘려보내면 풍선이 고도를 바꿔 기류에 편승해 목표 지점까지 이동한다.

윈드본은 대학 동아리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라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딘 CEO는 낡은 자동차에 헬륨 가스통을 싣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누비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직접 투자자 앞에서 풍선을 띄워 윈드본 풍선의 체공, 데이터 수집 능력을 강조했다.

윈드본은 2024년 기준 2500만달러(약 350억원)를 투자받았고 당시 기업가치는 8500만달러(약 1190억원)로 평가됐다. NOAA와 미 공군, 해군에 기상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다. 기상 변화에 민감한 원자재 트레이더들도 윈드본의 예보 서비스를 구매한다.

아직 기존 기술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윈드본의 예보 모델은 ECMWF와 NOAA의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딘 CEO는 "ECMWF 기반을 빼도 우리는 꽤 잘할 것"이라며 독립에 자신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준비가 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NOAA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상관측 범위를 지구의 85%까지 확장하는 것이 회사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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