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눈앞서 보고 "인터넷 기업 붕괴" 충격…뭐든지 해주는 '회장실 생활' 매너리즘도 창업 열정에 불당겨

"내가 이 회사의 경영자로서 해야 할 일은 대충 끝났다"
일본 라인야후가 가와베 겐타로 당시 회장의 사임을 알린 지난해 12월23일, 그가 남긴 인사는 "대충 끝났다"는 것이었다. 겐타로 전 회장은 일본 인터넷 사업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1995년, 21세 나이로 창업한 인터넷 벤처 기업 덴노타이를 시작으로 창업에 나섰고, 이를 토대로 1999년 창업한 조인트벤처가 2000년 야후재팬과 합병됐다. 이후 야후재팬에 합류한 그는 2018년 야후재팬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했고, 2023년 라인과 야후재팬 합병 이후 라인야후 회장으로 취임했다.
겐타로 전 회장이 라인야후 회장실을 나와 처음 향한 곳은 캠핑카였다. 지난달 19일을 끝으로 라인야후에서 완전히 물러난 그는 이 캠핑카를 타고 전국일주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지난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밝혔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가져야 하는 것은 '큰 뜻'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 뜻을 세우기 위해 전국을 돌며 여러 사람과 만나 대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즉흥적으로 캠핑카 생활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겐타로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유튜버 생활을 시작했다. 원래 치바현 자택에서 스트리밍 방송을 했는데 도쿄 사무실까지 출퇴근하면서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캠핑카를 사서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하지만 캠핑카 방송도 쉽지 않았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문제였다. 그래서 지은지 50년 된, 10평도 되지 않는 도쿄 아파트에 월세를 얻었다. 아직 라인야후 회장 재직 중이던 지난 1월 이야기다. 겐타로 전 회장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화장실 문제를 AI(인공지능) 인프라 수요에 빗대며 "인프라가 병목이라는 게 AI 시대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제 회사를 떠나 자유가 됐으니 다시 캠핑카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한다.
올해 51세인 겐타로 전 회장은 2020년부터 회사에서 연 2억엔(18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과 강연 활동으로 자신의 성공 신화를 팔아도 되고, 아예 노동과 결별해 경제적 자유를 누려도 될 그가 다시 창업을 선택한 것은 지난해 11월 호텔 방에서 겪은 일 때문이다. 겐타로 전 회장은 이맘때쯤 젊은 창업가들과 만남 행사를 여는데, 20대 중반의 창업가가 거의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코딩하는 것을 목격했다. 사람이 자연어로 지시하면 챗GPT나 클로드 같은 챗봇이 개발하는 '바이브 코딩'을 직접 본 그는 "진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며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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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든 생각은 "인터넷 기업은 모두 붕괴하겠구나"였다고 한다. 겐타로 전 회장이 정의한 인터넷 기업은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 상품을 만드는 조직'이었다. 엔지니어 채용, 관리가 그의 최우선 업무였다. AI 발전과 함께 엔지니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력 관리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AI가 인간 엔지니어를 대체한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 밤의 경험을 "1994년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에 버금가는 운명적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라인야후 회장실에서 느낀 매너리즘도 창업 열정에 불을 당겼다. 그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회장실에는 우수한 사람이 가득하다. 그 사람들이 뭐든 다해주기 때문에 지금만큼 AI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라인야후라는 거대 조직을 이끄느라 개발 일선을 오랜 기간 떠나야 했다는 점도 아쉬움이었다. 그는 "회장실을 빠져나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느꼈다"고 했다.
겐타로 전 회장이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언러닝(unlearning)'이다. 기존 기술을 이용해 새 기술을 배우는 '리스킬링(reskilling)'을 넘어, 기존 것을 완전히 잊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려는 자세가 AI 시대에 필요하다는 것. 그는 인터넷과 AI는 전혀 다르다면서 인터넷 시대의 승자가 AI 시대의 승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단언한다. 지난달 라인야후 회장 직에서 사임하자마자 설립한 스타트업 이름을 'KKJJ'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기 이름 머릿글자인 KK와 자유자재를 뜻하는 JJ를 합쳤다. 아무것도 얽매이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도전하겠다는 취지다.
겐타로 전 회장은 "50대가 되면서 점점 더 잘 만들게 된다"고 했다. AI 시대에 나이는 경험과 판단력을 높여주는 자산이라는 의미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에 겐타로 전 회장은 다음 30년을 꿈꾼다. 그는 최근 엑스 게시글에서 80대 노인이 돼 "인터넷 산업이 발전한 30년은 즐거웠지만 그건 AI 사회를 위한 준비기간에 불과했다"고 회상하는 자신을 상상하며 다음 인생을 향해 달려나가고 싶다고 적었다. 겐타로 전 회장 자신을 유일한 인력으로 두고 나머지 업무는 AI가 전담한다는 개발 방침 외에는 KKJJ에 대해 아직 알려진 게 없다. 겐타로 전 회장은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즉시 스타트업을 접을 생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