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군될 줄 몰랐다"...30년 전 '오판' 인정한 정치 석학[글로벌키맨]

백소희 기자
2026.09.02 05:30

회고록 '마지막 인간의 영역에서' 출간 전 NYT 인터뷰
"자유민주주의가 낳은 마지막인간, 권위주의로 회귀"

(워싱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6.08.3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에서 냉전 종식과 서구 패권을 예측해 세계적인 정치 석학으로 명성을 얻은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폭군으로 평가하면서 30년 전 오판을 인정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오는 8일 본인의 회고록인 '마지막 인간의 영역에서' 출간을 앞두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당시 내 생각은 폭군이 되는 대신 엄청난 부자가 되는 길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부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줄 미처 몰랐다"고 설명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1992년 출간한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에서 "시장 경제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내에서 야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봤다. 저서에서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적 종착점'이라고 지칭며하며 더 발전할 여지가 없다고 본 반면, 인간의 욕망이 자유 시장의 순기능과 맞물려 인간의 역사가 한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서 내용은 당시 '순진한 낙관주의자'라는 비판을 불렀지만 현재 포퓰리즘의 부상과 비슷한 측면도 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상적 상황이 지루함과 불안함을 야기하고 결국 포퓰리즘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같은 내용은 오는 8일 출간될 그의 회고록에도 담겼다. 그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가 처한 곤경은 초기 저서를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입증하고 있다"며 "30년 전에도 완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라고 꼬집었다.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이 선동가에게 넘어가는 '마지막 인간'을 낳는다는 게 후쿠야마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마지막 인간은 독일 철학자 니체가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위험과 야망을 포기하고 안락함을 택한 안일하고 타락한 인물로 묘사된다. 마지막 인간이 너무 불안하고 지루한 나머지 모든 것이 부패했다고 설득하는 인기영합주의에 선동된다는 게 후쿠야마 교수의 논리다.

냉전 종말 예측…미래는 '자유민주주의-권위주의' 반복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사진=스탠퍼드대 홈페이지

후쿠야마 교수는 일본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시카고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그는 1989년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경제적·정치적 자유주의의 거리낌 없는 승리"라며 냉전 시대의 종말과 미국 소비주의 부상을 예측해 주목받았다. 이후 그는 첫 저서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를 냈고 내용이 서구 경제 체제 확산과 맞아떨어지면서 미국 주요 정치 사상가로 부상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한 때 신보수주의(네오콘) 진영의 핵심 학자로 여겨졌으나 2000년 이라크 전쟁과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사상적 개종을 겪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민주주의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적 강경 전략이라는 신념이 이라크 전쟁을, 자유시장의 자율 조정 능력에 대한 신뢰가 금융위기를 낳았다"며 "둘 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고 꼬집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향후 자유민주주의과 권위주의 체제가 반복되는 '순환적 시스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을 제기헸다. 그는 "성공적인 자유민주주의가 가져온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겪게 된 후 지루해지면 파괴하려고 든다"며 "권위주의, 갈등, 전쟁으로 빠져들게 되고 지쳐서 '다시 자유민주주의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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