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재산분할과 양육권 등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가정폭력으로 법원의 100m 이내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은 그는 소송 서류에 적힌 주소를 통해 아내의 피신처를 알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기 광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우정직 공무원인 3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전 7시17분쯤 경기 광주시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출근하려던 아내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에서 "이혼소송 결과가 나에게 불리할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양육권·양육비 등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B씨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긴급 신고했다. 비슷한 시각 주민도 "건물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다.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현장에 있던 다섯 살 딸도 손가락을 다쳐 치료받았다.
주차장 차량 블랙박스에는 A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옷을 갈아입은 뒤 빌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A씨는 약 30분 뒤 빌라를 빠져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경찰은 범행 4시간20여분 만에 수원시 한 모텔에서 A씨를 검거했다.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A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처음 두 차례는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된 올해 4월에는 A씨가 흉기로 B씨를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협박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할 수 있어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A씨는 지난 5월 네 번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다만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두 사건을 병합해 지난 6월 A씨를 특수협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B씨는 이후 딸과 함께 경기 광주에 사는 친척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이혼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에게 B씨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과 전화·문자 등을 이용한 접촉을 금지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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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혼소송 서류가 A씨에게 송달되는 과정에서 B씨의 새 주소가 노출됐다. B씨는 지난달 11일 경찰과의 통화에서 "주소 비공개를 신청하지 않아 남편에게 거처가 알려진 것 같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경찰은 B씨에게 임시보호시설 입소를 권했지만, B씨는 딸의 통학 등을 이유로 입소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다시 지급하고 주거지 주변 순찰을 강화했지만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현행 소송 절차에서는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서류에서 주소를 가리려면 당사자가 별도로 비공개 신청을 해야 한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가 이 절차를 알지 못하면 피신처가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A씨가 흉기를 준비하고 B씨의 출근 시간에 맞춰 기다린 점 등을 토대로 계획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구속영장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