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외면한 나이키...주가 78% 추락에 S&P100 퇴출 '굴욕'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9.08 06:39
/사진=머니투데이DB

글로벌 스포츠웨어의 대명사이자 미국 소비재 패권을 상징하던 나이키가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굴지의 최우량 기업 클럽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겪게 됐다.

7일(현지시간)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에 따르면 나이키는 오는 21일 증시 개장 전 미국 초대형주 100개로 구성된 S&P100 지수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된다. 2008년 해당 지수에 편입된 지 약 18년 만의 퇴출이다.

대형주 지수인 S&P500에는 잔류하지만 초우량 기업 100개 명단에서 밀려나면서 자존심에 상처가 나게 됐다. 이번 지수 조정에서 나이키가 떠난 자리는 델 테크놀로지스, 샌디스크, 팔로알토 네트웍스, 아리스타 네트웍스 등 기술기업들이 채울 예정이다.

2300억달러 증발…'D2C 올인' 독 됐나

S&P100 퇴출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가 폭락과 시가총액 감소다. 나이키 주가는 2021년 11월 한때 주당 177달러를 돌파하며 시가총액 2800억달러를 넘봤지만 현재는 38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고점 대비 78%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만 2300억달러(약 300조원)가 증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경기침체 영향보다는 경영 전략 실패로 본다. 소비자 직판(D2C) 중심으로 유통망 전략을 과도하게 추진하면서 수십년 동안 협력해 온 도매 유통 파트너들과의 관계가 약화된 게 실적 악화의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키가 비운 오프라인 매장 선반은 호카, 온러닝 등 혁신을 앞세운 신생 러닝화 브랜드가 빠르게 채웠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스포츠 신발 시장에서 나이키 점유율은 2022년 25.9%에서 지난해 22.9%로 떨어졌다.

최대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 시장 매출도 현지 브랜드의 추격 속에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연매출의 15%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 매출은 최근 8분기 연속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무역 분쟁이 중국 시장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크다.

AI·테크 중심 판도 재편…'스포츠 공룡'의 반격 가능할까

이번 S&P100 지수 개편은 월가 자금의 중심축이 전통 소비재에서 인공지능(AI)와 기술 기업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키 외에 콜게이트-팔몰리브 등 오랜 전통의 소비재·제조업체도 지수에서 밀려났다.

시장의 시선은 구원투수로 등판한 앨리엇 힐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에 쏠린다. 나이키는 최근 온라인 직판 전략을 수정하고 도매 파트너십 재건과 혁신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나이키가 자본시장의 평가를 뒤집고 S&P100의 자리를 되찾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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