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홍해 길목 장악에 사면초가 사우디…"세계 원유 4% 공급차질"

유효송 기자
2026.09.14 16:02

[미국-이란 전쟁]

14일(현지 시간) 예멘 모카항에서 공습으로 인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예멘 정부는 이란과 연계된 후티 반군이 홍해 항구도시 알마카(모카)를 공격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사진=AP/뉴시스 /사진=민경찬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주요 석유 수송로가 포연에 휩싸이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 후티 반군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면서 1200km에 달하는 동서 송유관이 폐쇄돼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길목이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막힌 뒤, 사우디는 이 동서횡단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우회 수송해왔다.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이어지며, 하루 수송량은 전 세계 공급량의 4~5%에 달한다. 복구에 최장 5~6주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사우디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우디 반격했지만 전면전 부담…걸프국 해법모색도 난항

사우디의 원유 공급은 이미 크게 위축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달 원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600만 배럴로, 한 달 전보다 230만 배럴 줄었다. 30여 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여기에 로이터는 원유 수출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얀부항의 원유 재고가 현재 5~7일 치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는 얀부항의 저장 용량이 약 3500만 배럴에 달하지만 저장고가 가득 차 있지는 않은 만큼, 동서 송유관이 재개되지 않으면 재고가 곧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도 모카 공항과 예멘 내 후티 거점을 공습하며 반격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후티 측은 사우디가 자신들을 향해 50여 차례 공습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티가 운영하는 알마시라TV는 사우디 공군이 후티의 근거지인 사아다에 두 차례 공습을 가했고, 국경 지역에서도 포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사우디가 전면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티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 예멘 내전이 재점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2월부터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까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가 자칫 미·이란 전쟁의 교전 당사자로 끌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해 후티에 대한 공습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미, 협상서 해협 문제 제외할 듯"

걸프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 순탄치 않다. 당초 걸프 외교관들과 이란 당국자들은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만나 정기 유조선 통항 재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만장일치 합의를 위한 사전 조율을 이유로 회의가 연기됐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에 "합의를 이루기 위해 내일 살랄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지역 회의가 연기됐다"며 "우리는 이 지역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협력을 뒷받침하는 대화를 계속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호르무즈해협 문제 자체를 배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N은 사안에 정통한 미국 정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고 군사적 우위와 제재를 지렛대 삼아 이란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우리는 해협에 관해 이란과 대화하고 싶지 않으며, 그것이 지금 행정부의 입장"이라며 "이란이 핵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때만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해협 봉쇄 해제와 미국의 제재 철회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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