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AI(인공지능) 비서 뮤즈를 출시한 지 3주 만에 여행플랫폼·헬스장 운영사 등 소비재 관련 종목이 폭락했다. AI비서가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 해지를 유도하면서 더 이상 '소비자 관성'에 기댄 수익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우려가 퍼지면서다.
29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 8일 뮤즈가 북미 애플리케이션 양대 마켓에 출시된 후 헬스장 운영사 '플래닛 피트니스' 주가는 20% 하락했다.
고가형 헬스장 운영사 '라이프 타임'은 7% 하락했다. 이같은 하락은 AI비서가 등장하면서 정기 구독 형태로 '통행료'를 걷어온 서비스들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뮤즈에 카드를 연동시키면 잊고 있었던 구독 서비스까지 찾아내서 해지를 돕는다. 진입 문턱이 낮은 저가형 헬스장보다. 고급화 전략을 펼쳐 회원 충성도가 높은 헬스장의 이탈률이 더 낮을 것이라는 예상에 하락폭이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뮤즈의 '구독 관리' 역할이 널리 퍼지면서 소비재·서비스 전반의 종목이 하락세를 겪었다. 여행 플랫폼 에어비앤비와 부킹홀딩스는 각각 13%, 16% 하락했다. AI비서를 이용하면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숙소 비교부터 예약까지 할 수 있다.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라디오 회사 시리우스XM도 같은기간 11% 하락했다.
고수익 상품의 자금이체까지 쉽게 가능해지면서 금융주는 줄줄이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에게 저렴한 수수료의 '할인 중개' 서비스 시대를 열었던 증권사 찰스 슈왑은 9% 떨어졌다. JP모간체이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은 모두 2.5% 이상 하락했다. AI비서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예금을 자동으로 옮기면 은행은 저금리 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게 된다.
시장에서는 뮤즈의 등장으로 기업들이 누려온 '소비자 관성' 효과가 끝났다고 본다. 이 용어는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습관적으로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 습관을 일컫는다. 예컨대 보험료를 일일이 비교하기 귀찮아서 기존 상품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AI비서가 가격 비교, 여행 예약, 고객 서비스 응대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면서 정기 결제, 흥정가격, 부가 상품에 의존하는 산업들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1월 클로드 코워크 출시 직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대체 우려에 관련 종목이 폭락했던 흐름과 비슷하다. 당시 클로드가 직접 컴퓨터를 조종하며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자 SaaS 종말론까지 나왔다. 당시 세일즈포스, 어도비 등이 폭락하면서 금융 시장에서 3000억달러(약 438조 3000억원)에 가까운 주가가 증발했다.
기업 역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AI와 공존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지난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세일즈포스가 보유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AI시스템에 활용하는 등 유통·수익화 전략을 바꾼 성과다.
한편, 익스피디아(호텔 예약), 페이팔(결제), 쇼피파이(쇼핑·결제) 등은 오히려 뮤즈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쇼피파이는 뮤즈와 파트너십을 발표한 직후 이틀 연속 주가가 7% 올랐다. 짐 크레이머 CNBC 진행자는 "전체 산업을 AI의 패배자로 몰아가기 보다 각 기업의 취약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