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엔 헌장 속 '적국조항' 삭제를 촉구한 가운데 중국이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근거로 들며 정면 반대했다.
중국 현지매체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쑨 레이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부대표는 유엔 일반 토론에서 반박권을 얻어 "일본은 군국주의 범죄를 인정하고 유엔 헌장을 전면 수용한 뒤 유엔에 가입했다"며 "적국조항은 파시즘과 군국주의가 다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적국조항(제53조·제107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승전국들이 독일, 일본 등 패전국의 군사 도발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승인이나 선전포고 없이도 군사적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쑨 부대표는 중국이 적국조항 삭제에 반대하는 근거로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언급했다. 중국 측은 일본이 최근 군사비를 크게 늘리고 살상무기 수출 제한을 완화하는 등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측 전문가들은 "일본의 요구가 사실상 과거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나 군사력 확대를 가로막는 글로벌 법적 장벽을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쑨 부대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년이 지난 현재 다카이치 총리의 정부는 반성 대신 일본의 전쟁범죄를 미화하고 세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일본의 재무장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위협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위험한 재무장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제사회도 시비를 분명히 가리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적국조항의 조속한 삭제를 주장했다. 일본은 현재는 사문화된 규정이지만 문구 자체가 남아 있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변국이 영유권 분쟁이나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 대일 압박 및 군사적 조치의 명분으로 끌어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유엔 헌장에 여전히 잠재적 '전범국'이자 '적국'으로 낙인찍혀 있는 상태를 벗어나 완전한 주권국가이자 '보통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