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출신 20대 이주노동자가 '신성 모독'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댓글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5일(현지 시간) BBC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아누잔 시바라사(24)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사우디 항소법원에서 지난달 17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스리랑카 정부는 아누잔을 구명하기 위해 법률대표단까지 사우디에 파견했다. 변호사 등 4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현지에서 아누잔을 변호하는 두 곳의 로펌 관계자들을 만나 사우디 대법원 상고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스리랑카 외교부도 사우디 당국과 외교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말 스리랑카에서 열린 힌두교 순례 행사와 관련한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시작됐다. 영상에는 한 무슬림 청년이 힌두교 순례자들을 따라가던 개를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겼고 이를 두고 '종교 논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이용자가 힌두교 신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자 아누잔이 타밀어로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아누잔은 이후 댓글을 곧바로 삭제하고 사과하는 영상도 올렸다. 하지만 이미 댓글을 갈무리한 누군가가 이를 아누잔이 일하던 사우디 회사 측에 보냈고 사건이 현지 당국에 알려졌다.
아누잔의 동생 함시단 시바라사는 BBC에 "사우디 사람들은 이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스리랑카에 있는 사람들이 형이 일하던 회사로 이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누잔은 지난 7월 사우디 당국에 체포됐고 개인 전자기기를 압수당했다. 현재 가족과 아누잔의 연락은 끊긴 상태다.
당초 사우디 법원은 사이버범죄법을 적용해 아누잔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00만리얄(한화 약 10억원)을 선고했다. 관련 전자 기기를 몰수하고 SNS 계정을 폐쇄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아누잔 측은 형량을 줄여달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사우디 검찰 역시 별도로 항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검찰은 사이버범죄법이 아닌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항소법원은 아누잔 측 항소를 기각하고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했다.
스리랑카에선 정부와 종교계가 잇따라 구명에 나섰다.
아누잔의 가족은 지난달 21일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을 만났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사면을 얻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고 사우디 국왕에게 직접 선처를 요청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불교와 힌두교 지도자들도 스리랑카 정부의 개입을 요청했다.
사우디 당국은 현재까지 사형 집행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스리랑카 측은 사우디 대법원에 상고하는 동시에 외교적 사면을 요청하는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
아누잔의 어머니 라사마니캄 요갈락슈미는 "아들이 저지른 잘못에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용서하고 우리에게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