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재정·정치·글로벌 시장…불안한 佛 국채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6.10.11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프랑스 국채 시장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릴=AP/뉴시스] 29일(현지 시간) 프랑스 릴에서 시위대가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항의하며 행진하고 있다. 2026.09.30. /사진=민경찬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프랑스 국채시장의 불안이 두드러진다. 국내외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프랑스의 정치∙재정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우려를 자극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에서는 최근 프랑스의 국채 금리 상승이 왜 다른 주요국보다 더 불안하게 인식되는지 살펴봤다.

프랑스 국채 흔든 재정·정치 불확실성

지난 1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육박하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국채금리 상승은 프랑스만의 현상은 아니다. 같은 날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도 5.34%까지 올랐고 일본의 30년물 국채금리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채권시장이 동시에 매도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우려는 미국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프랑스로 향했다.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같은 날 프랑스가 80bp로, 미국 37bp와 일본 26bp를 크게 웃돌았다. 프랑스의 불안에 시장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 국채의 불안은 근본적으로 재정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대비 5.1%를 기록했고 올해 5.4%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재정준칙이 제시하는 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달 17일 세바스티엥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지출을 억제하지 않을 경우 내년 재정적자가 6.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프랑스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430억 유로(약 65조 2500억 원) 규모의 재정 절감 방안을 담은 2027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다. 연금 인상 제한과 의료비 절감, 각종 세제혜택 축소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이 의회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정부'인 탓에 예산안 통과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출 삭감이나 증세와 같은 정책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최근 프랑스에선 교육재정 삭감과 교육 인프라 부족에 대한 불만으로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야당들은 재정 확대가 필요한 포퓰리즘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좌파 정당은 최저임금 인상, 연금 개혁안 폐지, 국채 소각 등을 공약했고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은 세금 감면과 폐지, 가계구매력 지원, 연금 개혁 철회 등을 제시했다.

심각한 재정 문제는 국채 발행 부담으로 이어진다. 프랑스 재무부에 따르면 2027년에 계획된 국채 발행은 약 3400억 유로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자비용 역시 빠르게 증가한다. 올해 약 600억 유로인 정부 이자지출은 2027년 900억 유로 수준까지 늘어나 국방 및 교육 예산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채권을 재발행하는 '차환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프랑스의 정치∙경제적 불활실성을 우려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6 프랑스 아티클 Ⅳ'보고서에서 정치적 분열과 재정·구조개혁의 후퇴가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고, 차환비용을 높이며, 부채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도 분열된 의회가 2027년 예산 통과와 재정 건전화 조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무디스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3로 유지하면서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LT학부 교수는 "부채가 많아도 금리가 낮을 때엔 문제가 없었지만 국채금리가 뛰기 시작하면서 부채 부담이 더욱 커졌다"며 "무엇보다 마크롱 정부 하에서는 강도 높은 긴축안을 통과시킬 역량도 없고 대선을 앞둔 후보들이 긴축보다는 재정 확대 공약을 내놓으면서 재정건전화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것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라고 분석했다.

[파리=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고등학생들이 봉쇄된 학교 앞에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저녁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부가 이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이달 말 대책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고등학생들로 시작된 이번 시위에 대학생, 학부모, 교사, 공무원 노조, 농민단체까지 합류하고 있다. 2026.10.08. /사진=민경찬

미국, 일본 금리 상승… 프랑스 국채 압박 키워

주요국의 금리 상승도 프랑스의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인다.

먼저 미국의 금리 상승은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자산가격의 핵심 기준이다. 높은 신용도와 유동성을 갖춘 미 국채의 수익률이 오르면 다른 국가의 채권도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 1일 미국 10년물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이는 주요국 국채 시장의 동반 금리 상승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흐름에 재정과 정치 불확실성이 높은 프랑스는 더 취약하다.

일본 금리 상승은 다른 경로로 프랑스 금리를 압박한다. 일본 보험사와 연기금, 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은 초저금리의 일본 자금을 활용해 미국과 유럽 국채를 매입했다. 그러나 일본 국채금리가 수십년 만에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국 채권과 해외 채권 사이의 수익률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TS 롬바드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가 프랑스 국채를 보유할 경우 실질수익률이 약 3.3% 수준에 그친다. 이는 현재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인 3.1%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위험과 환헤지 비용을 감수하면서 프랑스 국채를 보유할 유인은 이전보다 줄어든 셈이다.

현재 프랑스 채권시장에서 일본 투자자의 비중은 적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일본 투자자가 보유한 프랑스 채권은 약 23조 엔(약 145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일본의 전체 해외 채권 보유액 가운데 6.6%의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비중을 줄일 경우 프랑스 채권시장이 받는 매도 압력도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실제 투자자금 이동 사례도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미토모미쓰이 DS자산운용은 보유하던 프랑스 국채를 최근 전량 매도했다. 매각 자금은 독일 국채와 일본 단기국채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 국채금리 상승과 프랑스의 재정∙정치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일본계 자금의 투자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최근 일본 투자자들은 취약성이 부각된 프랑스 국채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독일 등으로 투자처를 조정하거나, 유로존 밖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금이 유로존 내에서 이동한다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유로존 외부의 해외 자산이나 일본 국내 자산으로 이동할 경우 유로화 약세 압력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CB 개입 가능성 주목…유로존으로 불안 확산 경계

프랑스 국채 불안이 가증된 가운데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2년 도입된 ECB의 통화정책 전달보호수단(TPI)이 거론된다. 이는 특정 국가의 금융여건이 악화돼 유로존 통화정책을 위협할 경우 해당 국가의 국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매입 규모에도 제한이 없다. 다만 과도한 재정적자가 지속되거나 EU의 시정 권고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TPI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 ECB는 TPI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EU 재정규칙 준수 여부와 부채 지속가능성, 거시경제 불균형, 경제정책의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프랑스의 불안이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최근 프랑스 국채 불안이 부각되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환율도 1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급등하는 프랑스의 차입 비용이 유로존 전역으로 퍼지며 유로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됐다.

오태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2011년 재정위기 때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코로나 팬데믹 때도 긴급 유동성을 확대한 바 있다"면서 "현재 유로화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프랑스 만기 국채의 차환이 어려워지거나 금리가 급등할 경우 유로존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ECB가 국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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