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가 내년 4월 대선을 향한 선거운동을 공식 시작했다. 르펜 대표는 최근 대규모 시위를 겨냥해 자신이 질서와 통합을 회복할 유일한 후보라며 국가 재건을 약속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르펜 대표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밀려오는 사건의 급류에 맞서 이를 다스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펜 대표는 "오늘 떠오르는 말이 폐허, 쇠퇴, 혼란이라 해도 우리는 사람과 국민, 프랑스, 그리고 미래를 믿는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되찾아야 할 미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개입할 수단과 권한을 박탈당한 채 무리가 건물을 파괴하고 불태우고 약탈하는데 누가 법치가 존재한다고 말하겠느냐"며 약탈·폭력 시위대에 대한 무관용 방침을 밝혔다.
르펜 대표 르네상스와 프랑스 문명의 성취를 거론하며 국가 재건을 약속했다. 일부 평론가는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와 닮았다고 평가했다. 출정식 장소인 오를레앙은 1429년 잔 다르크가 영국군의 포위를 풀어낸 도시로 르펜 일가가 애국과 주권의 상징으로 기려 온 곳이다.
르펜 대표는 "나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나는 새"라는 인도 속담을 인용해 초당적 이미지를 내세웠다. 또 RN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를 총리로 하는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극우 성향이 짙은 르펜 대표와 RN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프랑스유대인학생연합 활동가들이 바르델라 대표 연설 도중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쳤다. 당 경호 인력이 이들을 강제로 끌어냈고, 학생단체는 회원들이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RN 대표로 재선출됐다. 르펜 대표는 소속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를 총리로 하는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약으로는 기업 감세, 상속세 완화, 공공지출 통제 강화를 내걸었다. 근로자 임금 인상과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 안정도 약속했다.
사법 리스크도 변수다. 지난 7월 프랑스 항소법원은 르펜 대표의 유럽연합(EU) 자금 수백만 유로 부정 사용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 다만 형은 최종 상고 때까지 집행이 유예된 상태다. 전자발찌를 찬 채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2위 경제국인 프랑스 대통령에 유럽 회의주의 성향의 포퓰리스트 지도자가 선출될 경우 EU에 '지각변동'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르펜 대표는 프랑스의 EU 탈퇴를 주장하다가 최근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EU 지도부와 기구에 맞서 싸우겠다고 공언해 왔다.
르펜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다. 이번 주 입소스-BVA 조사에서 1차 투표 지지율은 32~34%였다.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이 17%로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우파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가 13~15%, 온건 좌파 라파엘 글뤽스만이 13~16%로 뒤를 이었다. 결선 가상 대결에서는 모든 조합에서 르펜 대표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7일 약탈·폭동 사태로 번진 대규모 시위에 대한 반감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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