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부 결집이 승리 이끌어
우파정당 양원 최대의석…"임기 시작부터 레임덕 예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4선에 성공했다. 1차 투표 열세를 뒤집고 중남미 우경화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우파정당이 상하원 양원을 모두 주도하는 데다 선거 직후 경쟁자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4기 룰라 정부 국정운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51.8%를 득표해 48.2%를 얻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를 3.6%포인트 차로 눌렀다.
1차 투표 2위 후보가 결선에서 당선된 것은 1989년 브라질 민주주의 복원 이후 처음이다.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 득표율 45%로, 47%를 얻어 1위에 오른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220만표 차이로 밀렸으나 결선에선 보우소나루 후보보다 440만표를 더 얻으면서 역전을 이뤘다.
최근 중남미에서 우경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라질에서는 좌파가 정권을 지키게 됐다. 온두라스,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 보수 성향 지도자들이 정권을 잡는 이른바 '블루타이드'가 거세게 일며 이들 국가는 안보·이민 의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손을 잡았다. 반면 룰라 대통령의 승리로 중남미 우파 정부 블록에 브라질이 합류하진 않을 전망이다.
룰라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셀수 아모링은 로이터에 "좌파는 중남미에서 균형점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룰라가 바로 그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금속 노동자에서 4선 대통령으로
2003년 처음 집권한 룰라 대통령은 이로써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집권해 비연속으로 16년을 재임하게 된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재임 기간과 같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 결과가 브라질 북동부 지역 유권자들이 대거 결집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북동부는 룰라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빈곤 감소를 위한 복지 프로그램과 트럼프 행정부에 맞선 저항 행보 등에 호응해 왔다.
룰라 대통령은 금속 노동자 출신으로 실용주의와 포퓰리즘을 섞은 전략으로 50년간 정치 경력을 쌓았다. 첫 집권기인 2003년부터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빈곤 감소에 크게 기여했고 2011년 두 번째 임기를 끝낼 때는 지지율이 83%를 기록했다. 3기 집권기에는 실업률과 문맹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 수십 년 만에 헌법 개정을 주도하면서 브라질 최대 규모의 노동 개혁을 이끌었다. 다만 높은 생활비와 범죄 문제로 불만이 커지면서 지난해 2월 정부 긍정 평가는 24%로 줄었고 룰라 정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우데자네이루=AP/뉴시스] 25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재선을 노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선투표 개표가 진행되면서 환호하고 있다. 대선 결선투표 개표가 약 50% 진행 중인 가운데 룰라 대통령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초박빙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10.26.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610052811286_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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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후보가 이끄는 우파 자유당(PL)은 브라질 의회 하원 513석 중 121석, 상원 81석 중 28석을 확보해 양원 최대 정당이 됐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보수적인 의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룰라 대통령 승리가 발표된 직후 보우소나루 후보는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상파울루 게툴리우바르가스재단(FGV)의 올리버 스투엔켈 국제관계학 교수는 "룰라 대통령이 처음부터 레임덕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법관 지명, 정당 연합, 탄핵 위협 등에 대한 정부 영향력이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친시장' 후보 패배에 실망? 증시 하락세
룰라 대통령은 저성장 부담을 안고 4기 임기를 시작한다. 브라질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2.3%로 예상한다.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2%를 넘어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가계 부채는 급증했고 개인 대출 연체율은 20년 만에 가장 높다. 높은 금리와 가계부채 부담에 소비가 위축된 데다 재정 여력도 크지 않아 성장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룰라 대통령의 승리로 확실시 되자 미국 뉴욕 증시에서 브라질 대표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iShares MSCI Brazil ETF·EWZ)는 장외에서 20% 가까이 폭락했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도 브라질 주식을 추종하는 ETF는 12.75% 하락한 285.3을 기록했다.
앞서 투자자들은 재정 삭감을 공약한 보우소나루 후보 승리를 기대하며 브라질 자산에 자금을 넣어 왔다. 재정지출 삭감 공약이 실현되면 브라질 재정이 정상화되고 국채 수익률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은 가계 부담 완화 정책과 복지 프로그램 15% 증액 등을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