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미국 중간선거의 막판 핵심 키워드로 '부패'가 꼽혔다. 미국 유권자들이 정부 부패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다. '부패'는 고물가나 고유가 등 민생 문제보다도 순위가 높았다.
폭스뉴스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현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 88%가 '정부 부패'라고 답했다. 인플레이션과 고물가 85%, 유가 83%, 의료 서비스 8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부패를 우려한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72%)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층(47%)도 높았다. 민주당이 주요 쟁점 13개 중 10개에서 공화당에 비해 지지율이 앞섰다. 정부 부패와 인플레이션과 고물가, 유가 등 주요 현안 모두 민주당이 우위에 있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놀라운 변화'라고 표현했다. 인플레이션과 고물가, 휘발유 가격보다 정부 부패가 더 큰 관심사로 나타나서다. 미국 유권자들의 주요 문제가 '경제'였던 걸 감안하면 더 이례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윗 에이어스는 "최근 몇 주간 정부 부패가 가장 중요한 문제 목록으로 서서히 올라왔다"며 "유권자들이 이렇게 (부패를) 크게 우려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측근, 외교관, 개인 변호사 등 부패 의혹 줄줄이 터져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 의혹으로는 킴벌리 길포일 전 주그리스 미국대사가 대표적 사례다. 길포일 대사가 후원자에게 신용카드 대금 10만 달러(약 1억3500만원)를 대신 내달라고 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만나게 해주는 명목이었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들에게 부적절한 선물과 편의를 받았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백악관 요구에 따라 길포일 대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지난해 11월 부임해 1년도 안 돼 물러났다. 그리스 주요 일간지들은 "가장 짧은 외교관 경력"이라며 꼬집기도 했다. 길포일 대사는 혐의를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 변호사가 사면을 노리던 베네수엘라 출신 억만장자 가족과 5000만달러(약 700억원) 보수 계약을 했단 의혹도 나왔다. 이후 해당 은행가는 사면받았으나 양측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의 결혼 뒤풀이 비용을 러시아 사업가가 냈단 의혹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이 비용을 갚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코리 레완도프스키는 국토안보부 요직을 내세워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법무부 조사를 받는 중이다.
민주당, 1억8200만달러 쓰며 '정부 부패' 부각
민주당은 이를 파고들고 있다. 국민의 생활비 부담과 트럼프 대통령 측근의 횡령 의혹을 대비시키는 방식이다.
WSJ은 애드임팩트 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올해 하원 및 상원 선거에서 부패 문제를 부각하는데 1억8200만달러(약 2415억원)를 썼다"며 "이는 직전 4번의 선거를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후보들의 중간 선거 광고를 보면 이 같은 전략이 잘 드러난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22억달러를 벌었다"며 "암호화폐 사업으로만 6억달러 넘게 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이건 통치가 아니라 사기"라며 부패 근절 목소리를 냈다.
청년층이 특히 정부 부패 문제에 민감하단 분석도 나왔다. 하버드대학교 정치연구소가 22일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청년 유권자 88%가 정부 부패를 중요 투표 요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쇼트는 "트럼프가 워싱턴에 와서 부패 기득권을 몰아낼 아웃사이더가 되길 바란 유권자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부패 세력으로 배를 불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부패 이슈의 파급력이 제한적일 거란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론 조사 전문가인 존 맥러플린은 "부패 의혹은 이미 트럼프를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다"며 "아직 결정을 못 내린 유권자들에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