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알파벳의 배신…9조원 보유한 반도체 3배 레버리지, 깊어지는 시름[서학픽]

권성희 기자
2026.11.02 10:39

[서학개미 탑픽]

서학개미들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관련주가 급락하기 직전까지 미국 증시에서 주간 5억달러대의 순매수를 이어갔다. 특히 어닝 쇼크로 주가가 14% 추락하기 직전에 알파벳 주식을 2억달러 가까이 순매수했다.

다만 NYS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는 반도체주가 반등한 틈을 타 4억달러 가까이를 순매도한 덕분에 일부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최헌정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매매일 기준 지난 10월22~28일(결제일 기준 10월26~30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5억1732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는 직전주에 비해 순매수 규모가 절반 남짓으로 줄어든 것이지만 5주 연속 매수 우위가 이어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0.2%, 나스닥지수는 0.6% 떨어졌다. 이후 지난 10월29~30일 이틀간 S&P500지수는 2.1%, 나스닥지수는 4.2% 추가 하락했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10월22~28일 동안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스페이스X였다. 스페이스X는 2억224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10월20일 장 마감 후(현지시간)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21일 주가가 7.8% 급등했다가 22일 9.1% 급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0월28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던 알파벳의 클래스 A 주식도 1억9462만달러 순매수했다. 알파벳 클래스 A는 서학개미들이 지난 수개월간 꾸준히 사모아 보유금액이 73억3359만달러로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알파벳이 시장 예상에 미달하는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지난 10월29~30일 이틀간 13.9% 미끄러졌다.

10월22~28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서학개미들이 3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였다. 마이크론은 1억6858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이 마이크론을 순매수하는 동안 주가는 7.6% 오르던 중이었다. 하지만 순매수 직후 지난 10월29~30일 이틀간 마이크론 주가는 10.0% 급락했다.

서학개미들은 기술주가 재반등할 시점에 근접했다고 판단했는지 나스닥1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4개나 올려 놓았다.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각각 3배와 2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와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QLD)는 1억496만달러와 8241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QQQM)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는 5618만달러와 3793만달러씩 순매수됐다.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10월22~28일 사이에 보합권에 머물렀으나 29~30일엔 4.8% 하락했다. 이에 따라 서학개미들이 한주간 1억달러 이상 순매수했던 TQQQ는 지난 10월29~30일 이틀간 14.3% 급락했다.

S&P5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ETF는 뱅가드 S&P500 ETF(VOO) 하나만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고 순매수 규모도 3873만달러에 그쳤다. VOO는 S&P5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한다.

서학개미들은 오는 5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광통신 부품회사 루멘텀 홀딩스를 6067만달러 순매수했다. 루멘텀 주가는 올들어 128.1% 폭등했으나 10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 한달간 19.6% 떨어졌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연료전지 회사인 블룸 에너지는 4101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블룸 에너지 주가는 올들어 133.8% 뛰어올랐으나 지난 10월 한달간 26.8% 미끄러졌다.

10월22~28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최헌정

서학개미들이 지난 10월22~28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였다. SOXL은 3억8592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3주 연속 순매수가 끝났다.

SOXL이 지난 10월22일 저점에서 28일까지 30.7% 급등하자 일부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 SOXL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지난 10월29~30일 이틀간 28.2%의 폭락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월30일 기준 서학개미들이 보유하고 있는 SOXL은 67억729만달러(8조9700억원)로 알파벳에 이어 4위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인 만큼 최근 반도체주 급락으로 상당한 수준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OXL은 서학개미들이 순매수를 시작했던 지난 10월1일 이후 30일까지 49.9% 추락했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가가 지난 7월10일 이후 처음으로 400달러를 넘어서자 1억6213만달러를 순매도했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6092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MSCI 코리아 25/5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사우스 코리아 불 3배 ETF(KORU)는 직전주 9043만달러의 순매수에서 3417만달러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대만 파운드리 회사인 TSMC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은 3189만달러, 고성능 특수 금속 제조업체인 ATI는 3100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ATI는 항공과 방위, 에너지, 의료 분야에서 특수 금속에 대한 수요가 늘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지난 8월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28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584만달러 순매도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등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들과 달리 잉여현금흐름이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도 가장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으며 AI 관련주 매도세에도 주가 낙폭이 제한되며 선방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2일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하는 애플도 2522만달러 순매도했다. 애플은 AI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최근 대규모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안전한 기술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최근까지도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월30일에는 약 3개월만에 엔비디아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이외에 머크와 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모더나가 2312만달러, 식음료 기업인 펩시코가 2120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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