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미국 반도체주 폭락 직전에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주간 기준 2조2000억원 넘게 순매수해 하루만에 40% 가까운 평가손실을 입었다.
지난 3일 중간선거 직전 기술주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들어갔다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AI(인공지능) 규제 강화 우려가 불거지자 매물 폭탄에 무너진 것이다.
서학개미들은 반도체주뿐만 아니라 나스닥1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2~3배 레버리지 ETF도 대거 사들였다가 크게 물리게 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매매일 기준 지난 10월29일~11월4일(결제일 기준 11월2~6일) 사이에 21억9753만달러를 순매수했다. 6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가며 3주만에 순매수 규모가 2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0.7% 떨어지고 나스닥지수는 3.1% 하락했다. 이후 지난 5~6일 이틀간은 낙폭이 더욱 커져 S&P500지수는 4.1%, 나스닥지수는 4.5% 급락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0월29일~11월4일 동안 NYS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을 가장 많은 16억2526만달러(한화 2조2217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순매수의 74%에 달하는 규모다.
SOXL이 이 기간 동안 37.9% 급락하자 반도체주 낙폭이 과도하다고 보고 매수에 들어간 것이지만 SOXL은 지난 5일 하루에만 38.7% 추가 폭락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0월 이후 11월4일까지 SOXL을 47억5410만달러(약 6조4846억원) 순매수했으나 SOXL 가격은 지난 10월부터 11월6일까지 70.1% 추락했다. 10월1일에 SOXL을 1000만원 매수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원금이 299만원으로 줄었을 것이란 의미다.
알파벳은 지난 10월28일 실적 발표 다음날 주가가 12.6% 급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클래스 A 주식과 C 주식이 동시에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서학개미들은 알파벳 클래스 A를 4억9706만달러, C를 7263만달러 각각 순매수했다.
알파벳은 중간선거 뒤 AI 관련주의 급락 속에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오히려 AI 규제 강화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주가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와 2배씩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와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QLD)를 각각 2억2022만달러와 1억6092만달러 순매수했다. 나스닥100지수는 반도체지수보다 하루 변동폭이 덜하긴 하지만 기술주가 급락했던 지난 5일엔 3배 레버리지 ETF인 TQQQ가 18.9% 미끄러졌다.
기술주 하락으로 나스닥100지수를 저가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는지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인베스코 나스닥100 ETF(QQQM)와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도 각각 7004만달러와 6418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에 투자하되 나스닥100지수의 콜옵션 매도 전략을 활용해 옵션 프리미엄을 얻어 매월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JP모간 나스닥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Q)도 4629만달러 순매수됐다. JEPQ는 매월 현금흐름을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주가 강하게 오를 때는 상승폭이 제한된다는 단점도 있다.
S&P5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VOO)는 7251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이외에 스페이스X를 1억1323만달러 순매수했다. 스페이스X는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을 지지한 여파로 중간선거 뒤 4~5일 이틀간 주가가 12.5% 하락했으나 6일엔 8.6% 반등했다.
반면 지난 10월29일~11월4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1억9688만달러의 매도 우위로 2주 연속 순매도 규모가 1억달러를 넘어섰다.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도 3318만달러 순매도됐다.
테슬라 주가가 400달러를 넘나들면서 차익 실현 욕구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도 중간선거 후 4~5일 이틀간 13.8% 미끄러졌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6일 4.2% 반등하는데 그쳤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0월29일~11월4일 사이에 주가가 31.4% 급락한 광통신 부품회사 루멘텀 홀딩스도 1억2367만달러 순매도했다.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동안 저가 매수가 들어오기는커녕 손실을 줄이기 위한 손절매 물량이 밀려든 것으로 보인다.
루멘텀 주가는 특히 지난 2일 마벨 테크놀로지에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된다는 소식에 18.6% 떨어졌다. 대표적인 AI 수혜주였던 탓에 AI 규제 우려가 극에 달했던 지난 5일에도 18.7% 추가 하락했다.
마벨은 블룸버그가 10월28일 장 마감 후 루멘텀 인수설을 보도하면서부터 11월4일까지 주가가 36.5% 추락했고 이 기간 동안 4028만달러 순매도됐다. 마벨도 AI 수혜주였던 탓에 지난 5일 주가가 16.4% 추가 하락했다.
NYS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반대로 3배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는 반도체주 급락에 주가가 오르며 차익 매물로 5382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SOXS는 최근 한달간 110% 급등했다.
서학개미들은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은 각각 4283만달러와 3248만달러, 2961만달러 순매도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네트워크 및 사이버보안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는 고평가 부담으로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3686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 5일 장 마감 후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해 6일 주가가 9.9% 뛰어올랐다.
이외에 초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만기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가 3984만달러 순매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