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문학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는 26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애니메이션 '아가미' 시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연출을 맡은 안재훈 감독과 극중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유재명, 강하늘, 김선영 배우가 참여했다.
아가미는 구병모 작가의 소설로 15년 가까이 독자들과 만나온 스테디셀러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을 아름다운 잔혹동화로 그려냈다. 삶이라는 저주받은 물속에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간절히 숨 쉬고 싶은 주인공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신비롭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구 작가는 아가미를 비롯해 '파과', '한 스푼의 시간' , 네 이웃의 식탁, '상아의 문으로' 등을 작품을 썼으며, 오늘의 작가상, 김유정문학상, 김현문학패,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안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프랑스로 설정한 것에 대해 "(원작의) 배경을 옮김으로써 구병모 작가의 문체나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더 깊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작업이) 애니메이션이 보여줄수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도 오히려 원작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 감독은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무녀도' 등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문학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 왔다.
배우들은 처음으로 경험해 본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강하늘은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목소리 연기도 당연히 연기이지만 캐릭터의 모습과 내 목소리를 일치하게 만드는 재미있고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실사 영화는 1인칭으로 연기한다면 목소리는 3인칭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유재명은 "제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며 "많은 이들이 바다가 있는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이러한 것을 실사로 표현하면 고통스러운 장면밖에 나올 수 없지만 애니메이션은 훨씬 더 감수성 풍부하면서 자유롭게 상처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미학적으로도 상처와 그 상처의 관계에 대한 표현이 열려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태생적인 상처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고, 검고 깊으며 몰아치고 생명을 앗아가는 공포의 공간 물 속에서 그 상처가 자신의 새로운 상징이 된다"며 "과하거나 포장되지 않게 상처를 바라보면서 담백하고 미학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하는, 판타지 같지만 현실적인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김선영은 "뮤지컬 무대에서도 연기를 할 때 내가 느끼는 것보다 관객이 이 장면을 볼 때 어떻게 느낄까를 고민하는데, 이러한 고민을 최대로 깊게 하게 만드는 게 애니메이션 (더빙) 연기라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입히는데 내가 느끼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 그림과 이 장면을 관객이 어떻게 느낄까, 그리고 이 장면에서 감독이 의도한 게 제대로 전달될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한국적인 것을 조금씩 표현하다 보면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장인 정신, 미국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자본을 넘어서는 한국 창작자들의 재기발랄함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9월 개봉을 앞둔 아가미는 앞서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프라이트페스트, 이탈리아 볼로냐24프레임퓨처필름페스티벌,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대만 타이중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에 연이어 초청돼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는 경쟁 장편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가미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일본, 대만을 비롯해 전 세계 항공사 등 해외 주요 지역에 선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