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주택가격 급락에 대비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주택을 대량 매입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마련에 들어간다. 과거에도 주택시장 침체 때 미분양이나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이는 대책이 있었지만 시장에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번에는 아직 집값이 폭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급변에 대응할 매입 기준과 절차를 미리 마련하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공공주택 보유용으로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와 경매 물건 증가를 언급하면서 고금리 등으로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구상하는 대량 매입 시스템은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했을 때 주택 매입에 나설 수 있는 대응 수단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다만 매입 대상과 규모, 재원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이 언급한 '일정 기준 이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 매입임대는 주거복지 차원에서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고 이번에는 시장 상황과 연계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검토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 간 논의를 통해 세부 방안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국토부가 언급한 기존 매입임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매입임대를 의미한다. LH는 주거복지의 일환으로 의 기존주택 및 건설 예정 주택을 매입해 청년,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 주거취약계층에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이나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각각 피해 지원과 미분양 해소 등 목적에 따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
과거에도 주택시장 하락기에 정부가 매입 정책을 활용한 적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금융위기 직후 급증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했다. 미분양 해소와 무주택 서민의 임대주택 공급을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하락 국면이 이어진 2013년에는 이른바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해 다시 임대하는 '희망임대주택 리츠'를 도입했다. 당시에는 이미 발생한 미분양이나 대출 상환 부담 등 시장의 문제를 완화하는 데 매입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의 주택 매입사업이 미분양 증가, 공공임대 물량 확보 등 이미 발생한 정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면 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매입 프로그램은 향후 주택가격 급락이라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시장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사전에 마련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현재 서울 집값은 폭락 국면과 거리가 있다. 특히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잠시 주춤하는가 싶던 집값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9% 상승했다. 80주 연속 상승세로 전주의 0.22%에 비해 상승폭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