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로 예정됐던 위례선 트램(노면전차)의 개통이 또다시 연기됐다. 전체 공정률이 97%에 달하지만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둘러싼 관계기관 간 이견으로 개통에 필요한 안전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탓이다.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안전진단을 완료하고 상반기 중 확정된 개통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2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위례선 트램 개통 관련 브리핑에서 "당초 목표했던 올해 12월 개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교통시설안전진단과 서울경찰청 교통안전심의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는 내년 상반기 중 개통 일정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위례선 트램은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8호선·수인분당선 복정역, 8호선 남위례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5.4㎞의 노선이다. 정거장 12개와 차량기지 1개가 조성되며 차량 8편성이 운행할 예정이다. 위례선 개통 연기는 이번이 세번째다. 당초 2025년 9월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올 8월과 12월로 개통 시기가 두차례 변경된 데 이어 다시 내년 상반기 이후로 일정이 밀렸다.
개통이 지연된 것은 트램 운행구간의 법적 지위와 안전시설 설치 기준을 둘러싼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간 이견 때문이다. 위례선은 전체 노선 중 약 1.2㎞가 보행자 혼용구간이며 일반도로 교차로 13곳에서 자동차·보행자와 운행 공간을 공유한다. 이에 트램 운행구간을 도시철도 공간으로만 볼지, 도로 공간으로도 볼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서울시는 트램 운행구간에 대한 경찰청의 교통안전심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경찰청과 법령 적용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지난 9월 1일 교통시설안전진단을 먼저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교통안전심의를 진행하도록 조정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지난 14일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계약을 체결하고 안전진단에 착수했다. 다만 추가 안전진단과 교통안전심의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연내 개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통 시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 안전진단과 심의 결과에 따라 추가 시설 설치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경찰청과 실무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보행자 횡단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차단기 설치 △트램 운행속도 조정 △보행자 혼용구간의 안전펜스 높이 조정 등이다.
운전면허·보험 등 트램 관련 제도 미비…서울시, 제도개선 건의
이번 개통 지연을 계기로 트램 관련 법·제도의 미비점도 드러났다. 트램은 도시철도로 분류되지만 일반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특성상 도로교통법도 적용받는다. 그러나 트램에 특화된 보행자 횡단시설 설치 기준이나 비상상황 발생 시 경찰과 철도 관제 간 통제 우선순위, 사고조사 주체 등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트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와 자동차 운전면허 요건, 의무보험 관련 규정도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반 자동차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른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트램 운전자에 대한 관련 제도는 미비하다. 트램 운전자가 일반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어떤 종류의 면허가 필요한지도 명확하지 않다.
임 본부장은 "트램에 특화된 보행자 횡단시설 설치 기준 등 관련 시설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로교통법과 국토계획법, 도시철도법이 혼재돼 있어 트램을 위한 단일 법령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트램 안전시설 설치 기준 마련과 운전자 보호를 위한 특례 조항 정비를 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국토부에 관련 기준 마련을 건의하고 교통안전심의에 따른 후속 조치와 제도개선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위례선 트램은 궤도와 정거장, 차량기지 등 주요 기반시설 공사를 마치고 차량 반입도 완료했다. 시설물검증시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 3월까지 교통시설안전진단을 마친 뒤 교통안전심의와 시설 보완, 철도종합시험운행 등을 거쳐 개통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대광위에 관계기관 협의체(TF) 구성을 요청하고 병행 가능한 행정절차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개통 지연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국내 최초 트램 도입에 따른 안전 확보와 법적·제도적 정비 과정에서 개통이 지연돼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남은 안전 절차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해 개통 지연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