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서 검증한 'AI 금융대리'…당국이 30년 동의제도 손보는 이유

김미루 기자
2026.08.27 15:31
‘알려주는 AI’에서 ‘실행하는 AI’로/그래픽=김현정 기자

더 낮은 금리의 대출을 찾아 알려주는 데 그쳤던 인공지능(AI)이 앞으로는 나 대신 대출 갈아타기 신청까지 해주는 금융 대리인로 진화한다. 금융당국이 30년간 이어진 신용정보 '동의 제도'를 손질하면서다. 금리인하요구권에서 제도 개편 효과를 먼저 시험해보니 안전성과 소비자 편익이 확인됐다. 이에 당국은 다른 금융행위로도 AI 금융 대리가 확대될 수 있게 법제화를 추진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업무범위를 넓히고 제한적인 사전 일괄동의를 허용할 방침이다. 1995년 신용정보법 제정 당시 도입된 사전동의 중심의 개인신용정보 규율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손질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정보 조회나 분석에 머무는 마이데이터를 실행 단계로 확장해 AI가 소비자의 금융권리까지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가 제도 개편에 자신감을 얻은 계기는 지난 2월 시행한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18개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금리인하요구권 대리행사 허용, 최초 1회 동의 후 추가동의 면제 특례를 함께 적용했다. 올해 7월까지 16만2000명이 총 1003억원의 금리경감 혜택을 받았다. 서비스 등록자도 지난 2월 128만여명에서 지난달 말 407만여명까지 늘어났다.

금융위는 이 특례를 개별 샌드박스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일반 제도로 넓힐 방침이다. 법이 바뀌면 AI가 대신할 수 있는 업무는 금리인하요구권을 넘어 △대환대출 신청 △채무조정요구권 △정책자금 신청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 △숨은 보험금 청구 등으로 확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샌드박스 서비스가 정보보호 관련 이슈 없이 잘 운영됐다"며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와 성과가 있었다고 파악했기 때문에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천' 넘어 '실행'으로…AI 금융서비스 고도화

업계에서도 법 개정 이후를 염두에 둔 서비스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현재 이용자의 대출정보를 분석해 더 낮은 금리의 상품을 찾아주는 대환대출 서비스를, 향후 AI가 이용자가 정한 조건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면 신청까지 대신하는 형태로 고도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더 싼 대출이 있다'고 알리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 AI가 시장 상황을 살피다가 기회가 생기면 실행까지 하는 셈이다.

보이스피싱 분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가능하다. 금융위가 이번 개편안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을 AI 대리업무의 사례로 제시한 만큼 향후 정보 공유에 이어 피해구제 신청까지 AI가 연결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AI가 금융업무를 대신 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소비자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한다. 현재는 AI 에이전트 활용 때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따라야 할 세부 행위규칙이 명확하지 않아 자율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시행령을 고쳐 AI의 대리실행 전 과정을 기록하고 실행 사유와 실행 결과를 소비자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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