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비우량 기업' 낙인…코스닥 승강제, '자금 쏠림'만 키운다

송정현 기자
2026.08.26 04:40

[MT리포트-길 잃은 벤처투자 회수시장] ④"벤처투자 선순환에 악영향" 우려 커

[편집자주] 벤처투자의 주요 회수 수단인 IPO가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다.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고꾸라지며 수익이 극히 적어지거나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초기 투자를 통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벤처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고수익을 얻겠다던 벤처투자의 근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회수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단하고 벤처투자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수단들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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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뉴스1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로 나누는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벤처투자업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규 상장기업 대부분이 프리미엄군 진입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형 스타트업의 IPO(기업공개) 위축과 회수 시장 침체라는 연쇄 파장이 불가피해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다음달 우량기업을 프리미엄, 나머지는 스탠더드로 분류하되 기준 총족 여부에 따라 등급을 오르내리게 하는 코스닥 승강제의 세부 윤곽을 공개한다. 코스닥 신뢰도를 높여 기관·외국인 자금을 유인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신규 상장사 대다수가 스탠더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래에셋·NH 등 주요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준을 적용할 경우 프리미엄군 진입 기업은 70~80곳에 불과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요건인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상위 7% 이내 △최근 3개 사업연도 평균 영업이익 300억원 또는 매출 3000억원 이상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제 올해 1~7월 코스닥에 신규 입성(스팩 제외)한 20개사 중 시총 5000억원을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벤처기업 특성상 영업이익 300억원 요건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다.

코스닥 승강제 특징 및 제도 추진 일정/그래픽=윤선정

신규 상장기업 대다수가 스탠더드로 분류되면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효과를 피하기 어렵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도 기관 자금은 코스닥150에 집중돼 있다"며 "프리미엄군이 70~80개로 좁혀지면 수급 쏠림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처기업협회 역시 "스탠더드 기업은 유동성 부족과 기업가치 저평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주관사들의 중소형주 IPO 기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벤처캐피탈(VC) 역시 투자기업에 상장 시점을 미루고 몸집을 더 키울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 VC 관계자는 "상장 후 주가가 올라야 회수금을 쥐고, 재투자 실탄으로 활용도 가능하다"며 "포트폴리오사가 상장 후 스탠더드로 낙인 찍힐 것이 뻔하다면 상장 자체를 미루고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인위적인 등급 나누기보다 시장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기준 강화, 불공정거래 엄벌 등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인위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코스닥 승강제는 모험자본 순환의 맥을 끊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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