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한강공원이나 하천변, 운동장 등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른바 '상탈족'이 속속 포착되면서 올해도 여지없이 관련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상탈 행위는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타인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달 초 한강공원에선 헬멧과 속옷, 신발만 착용한 채 자전거를 타는 남성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영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남성이 아라뱃길과 팔당에서도 포착됐다며 "타인에게 민폐가 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 한 경기장 트랙을 주로 달리는 직장인 러너 박모씨(32)는 "상의 탈의한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보는 사람은 무슨 죄인가. 과시 목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반포한강공원 일대를 종종 산책한다는 자영업자 현모씨(50)는 "상탈 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어도 사람이 적은 시간대엔 옷을 벗은 사람이 간간이 보인다"며 "날이 워낙 더우니, 운동하다 더우면 벗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상의를 벗고 운동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 실제 공공장소에서의 상의 탈의 문제를 두고 헌법재판소 판단까지 받은 사례도 있다.
11년 전인 2015년 8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윗옷을 벗은 채 일광욕을 즐기던 남성이 과다 노출로 경범죄처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받았는데,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이 불명확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경범죄처벌법 과다 노출 조항은 처벌 대상을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함을 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지나치게 내놓는', '가려야 할 곳' 등의 표현이 모호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해당 조항은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개정됐다. 이에 따라 상반신 노출만으론 경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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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공연음란죄 역시 공개된 장소에서 음란한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되는 만큼 단순히 상의를 벗고 운동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도 난감한 실정이다. 상의 탈의 관련 민원은 꾸준히 접수되는데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민원을 해결하지도, 무시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부 지자체는 계속되는 민원에 상탈족이 자주 출몰하는 구역마다 '웃옷 벗기 No', '상의 탈의 삼가' 등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설치했으나 다른 한쪽에선 현수막 설치 자체를 문제 삼는 민원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상의 탈의 민원이 접수돼 계도를 하려고 해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또 나오니 양측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 민감한 문제라서 앞으로는 관여나 조치를 덜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연예계 대표 러너로 꼽히는 배우 진태현은 현행법상 상의 탈의를 제재할 수 없으니 관련 법을 제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진태현은 지난해 유튜브 채널에서 "상위법이 없으면 상의 탈의 등을 제지하는 현수막·안내판이 의미가 없어지고 이용객들 간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며 "러닝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관련 법을 제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선 상의를 벗은 채 활보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바닷가와 인접하지 않은 도심에서 상의를 탈의하면 최대 300유로(약 48만원) 벌금을 부과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소렌토도 공공장소에서 윗옷을 벗으면 최대 500유로 벌금(약 80만원)을 부과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률로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적 규제 대신 지자체별로 상의 탈의를 허용하는 장소, 시간대 등 기준을 만들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