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 수주잔고 나란히 최대 수준…생산능력 확대 속도

국내 전선업계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특히 수조원 규모의 계약 물량을 이미 납품하고도 수주잔고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력 인프라 수요가 중장기 일감 확대로 이어지면서 생산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6일 전선업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S전선의 올해 6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7조8336억원에 달했다. 2024년 6월말 5조936억원, 지난해 6월 말 5조6463억원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한전선(27,500원 ▲800 +3%)의 수주잔고 역시 2024년 6월말 2조54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 2조8907억원, 올해 6월말 4조629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양사 모두 수조원 규모의 기존 수주 물량을 납품했지만 수주잔고가 매년 증가했다는 것이다. 수주잔고는 회사가 계약한 물량 가운데 아직 고객에게 납품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가령 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한 뒤 이중 30억원 상당의 물량을 납품하면 해당 물량은 매출로 인식되고 수주잔고에서 제외된다. 추가 수주가 없다면 남은 수주잔고는 70억원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올해 6월말 기준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기납품액은 각각 1조8056억원, 2조2917억원에 달했지만 수주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7%, 40.5%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가 수주잔고를 끌어올린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LS전선은 올해 2월 북미에서 700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발전소 구축 사업에 약 500억원 규모의 배전 케이블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한전선도 지난달 약 450억원 규모의 호주 AI 데이터센터 300kV(킬로볼트)급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여기에 북미와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도 전선 수요 증가에 힘을 보탰다.

기존 물량을 소화하는 와중에 일감이 쌓이면서 실적 가시성도 높아졌다. 수주잔고는 납품을 거쳐 매출로 전환될 물량인 만큼 향후 실적을 뒷받침하는 기반이 된다. AI 데이터센터와 노후 전력망 교체·확충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가 단기 수요를 넘어 중장기 일감으로 이어진 셈이다.
AI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대만의 AI 서버 제조·조립 기업 폭스콘은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1조6000억달러(약 21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수요는 2024년 64GW(기가와트)에서 2030년 174GW로 약 2.7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18GW 규모의 추가 전력 공급 능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단순 환산하면 매년 1GW급 발전설비 18기를 새로 확충해야 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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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수주 확대에 발맞춰 생산능력 확충에도 나섰다. LS전선은 2028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버지니아주 해저케이블 생산기지 건설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동해사업장 5동을 준공했고, 6동도 올해 착공에 들어간다. 대한전선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지난 3월 베트남 400kV급 초고압 케이블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수주 물량을 계속 소화하는데도 수주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전력 인프라 수요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며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중장기 일감도 두터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