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소다 품은 NH농협, AI 역량 배가…'에이전틱 AI 뱅크' 변신

송정현 기자
입력 2026.11.06 15:45 수정 2026.11.06 15:45

농협은행, 지난 7월 애자일소다 인수…AI 역량 내재화
한달 반만에 은행 업무 지원할 'AI 에이전트' 10종 개발
내년 은행 업무 전반에 적용, '에이전틱 AI 뱅크'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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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타워에서 열린 AI 에이전트 시제품 시연 행사에서 농협금융 계열사 임직원들이 NH농협은행과 애자일소다가 공동 개발한 AI 에이전트의 작동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송정현 기자/사진=송정현 기자

"지난주 밥 먹은 거 선결제하고 싶어."·

6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타워에 마련된 AI(인공지능) 에이전트 시제품 시연장. 화면에 해당 문장을 입력하자 AI가 지난주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한 카드 결제내역을 불러왔다.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고 본인인증을 거치면 별도의 메뉴로 이동하지 않고도 선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능이다.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은행)이 지난 7월 인수한 AI 스타트업 애자일소다와 공동 개발한 '카드 AI 에이전틱 챗봇'의 시연 장면이다. 개발 담당자는 "사용자가 일상적인 언어로 요청하면 AI가 의도를 분석해 해당하는 결제내역을 추천한다"며 "오타나 띄어쓰기 오류가 있어도 요청을 이해할 수 있도록 거대언어모델(LLM)과 사전정보 등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의 활용 범위는 카드 결제를 넘어 복잡한 은행 업무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날 시연장에서는 기업 대출 점검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고서 작성, 자금운용 등을 지원하도록 개발된 AI 에이전트 시제품 10종이 공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출 과정의 오류와 규정 위반을 찾아내는 '여신사고 제로' 에이전트다. 농협은행 감사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기능이다. 기업 대출 한 건에 딸린 서류는 많게는 600장에 달한다. AI가 이들 서류를 읽고 대출금액과 담보·소득 정보, 심사의견서 등을 대조한다. 내부 규정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뒤 오류나 누락을 찾아내고 판단 근거도 제시한다. 최대 2시간이 걸리던 기업 대출 점검 업무를 4분내로 줄이기도 했다.

이날 현업 담당자는 "직원들이 많은 규정을 확인하다 보면 대출금액을 잘못 입력하거나 제한 업종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며 "나중에 감사에서 발견하면 이미 실행된 대출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AI 점검은 직원 보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차주가 대출금을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더라도 관리·감독 소홀에 따른 책임이 은행 직원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사전·상시 점검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 직원의 업무상 위험도 줄이겠다는 취지다.

PF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에도 AI가 투입됐다. 'PF AI 에이전트'는 시장조사 자료와 감정평가보고서, 재무모델 등이 담긴 파일을 읽고 사업성 조사분석서 초안을 작성한다. 작성된 항목을 클릭하면 근거가 된 원문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장 담당자는 "보고서 초안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최대 약 5영업일에서 최근 4시간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캔된 대출약정서에서 금리 등 금융조건을 추출해 보고서와 일치하는지 비교하는 데는 애자일소다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 활용됐다.

해외 송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점검하는 AI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기존에는 영업점 직원이 작성한 영문 송금 전문을 본부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취인 정보나 각종 코드를 잘못 입력하거나 오류를 놓치면 송금이 반환되고 추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당발송금 중계 AI'는 이 같은 오류를 자동으로 찾아내 송금 반환과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설계됐다.

AI는 기업 영업과 자금운용 업무도 지원한다. '기업e금융 원스톱'은 기업의 거래 패턴을 분석해 영업 대상 고객을 추천하고 상담 멘트를 생성한다. '투자자산 매매내역 자동처리'는 팩스로 받은 거래 서류에서 종목과 가격, 수량 등을 추출해 내부 시스템에 등록할 데이터를 만든다.

이날 시연장에는 농협은행뿐 아니라 농협금융지주와 NH투자증권, NH농협손해보험 등 계열사 임직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각 부스를 둘러보며 AI 에이전트의 작동 과정을 살펴보고 실제 업무 활용 방안 등을 질문했다.

농협은행 카드 AI Agentic 챗봇 데모 화면/사진제공=농협은행

"AI 내재화 가속"…한달 반만에 AI 에이전트 10종 개발

이번에 공개된 AI 에이전트 10종은 농협은행과 AI 자회사 애자일소다가 공동 개발한 결과물이다. 애자일소다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최적화,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공급해 온 기업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부 AI 역량을 진단하고 투자 후보 기업을 검토했다. 그 결과 금융 데이터 분석과 에이전틱 AI 플랫폼 개발 역량을 갖춘 애자일소다를 최종 선정해 지난 7월 인수했다. 외부 솔루션 도입을 넘어 자체 AI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양사의 인연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자일소다는 농협은행의 스타트업 육성·협업 프로그램인 'NH디지털Challenge+' 2기 참여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듬해 농협은행의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 사업에도 참여했다.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인연이 기술 협력을 거쳐 인수로 이어진 셈이다.

인수 이후 공동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농협은행은 임직원들이 제안한 39개 과제 가운데 우선순위가 높은 10개를 선정하고 지난 9월 초 개발에 착수해 약 한달 반만에 시제품(프로토타입) 10종을 완성했다. 현업 담당자들이 필요한 기능을 제안하면 농협은행의 AX·IT 인력과 애자일소다가 이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뤄졌다.

농협은행은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시연장에서 수렴한 임직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실제 업무에 적용할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까지 은행 업무 전반에 에이전틱 AI를 적용한 '에이전틱 AI 뱅크'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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