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 "韓메모리 반도체, AI 경쟁 자산으로 활용해야"

김도균 기자
2026.08.23 11:08
최종현학술원과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가 지난 7월 30일 공동 개최한 ‘에이전트 AI 시대 新국가안보 글로벌 기술 패권과 한국’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제공=최종현학술원

한국이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제조 경쟁력을 AI(인공지능) 패권경쟁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종현학술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유에서 운용으로: 에이전트 AI 시대의 국가안보와 소버린 AI 2.0'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30일 최종현학술원과 서울대학교 미래전연구센터가 공동 개최한 '에이전트 AI 시대 新국가안보: 글로벌 기술 패권과 한국' 관련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은 한국이 AI 패권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딜 카드'로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입지를 꼽았다. 그는 에이전트 AI 상용화가 본격화할수록 더 많은 디바이스에 AI 에이전트가 탑재되면서 LPDDR(저전력 D램) 등 D램 수요가 크게 늘고, 추론 수요 증가에 따라 AI 데이터센터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연산을 위한 '토큰 팩토리'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전력 확보와 민원·규제 등의 제약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여건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산업적 우위가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닌 만큼 단순한 부품·인프라 공급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목표를 'AI 산업의 원자재 공급자'가 아니라 글로벌 AI 기술과 서비스의 설계 과정에 참여하고, AI가 창출하는 지식과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를 국내에 축적하는 국가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에이전트 AI 확산에 따라 사이버 안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총괄은 "미국의 AI 관련 통제 정책에 대해 기존에는 반도체 등 제품 자체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 모델과 서비스를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를 통제하는 '접근권'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주권을 모든 기술을 국내에서 자체 개발·보유하는 '기술 자급자족'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존 소버린 AI 전략을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과 보유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접근 주권'과 '운용 주권'을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 기술·서비스와 긴밀하게 연결되더라도 외부 환경 변화나 특정 기업·국가의 결정으로 국가 핵심 기능이 마비되지 않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의 AI 전략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AI를 포함한 모든 전략기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제조업과 헬스케어, 문화 콘텐츠 등 한국이 경쟁우위를 가진 분야를 선별해 AI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소버린 AI 2.0은 소버린 AI의 개념을 단순한 기술·모델의 보유에서 운용 역량과 규범 설계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규범 형성 과정의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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