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는 한국만의 흐름이 아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망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ESS가 이를 보완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SS 시장이 가장 빠르게 커지고 있는 지역은 단연 미국이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전력망을 보완할 수 있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ESS가 전력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가 미국 ESS 시장이 2031년까지 현재보다 약 4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둔화로 가동률과 수익성에 부담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ESS는 매출 부진을 상쇄해주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기준 매출에서 ESS가 차지하는 비중은 LG에너지솔루션 28%, 삼성SDI 20% 등으로 확대됐다.
북미를 중심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ESS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와 L-H 배터리 컴퍼니 오하이오 공장, 얼티엄셀즈 테네시, 미시간 랜싱,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온타리오 공장 등에 '북미 5대 ESS 복합 제조 거점'을 구축해 올해 말까지 5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모든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갔으며 연말을 기점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고 ESS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삼성SDI도 기존 생산시설의 ESS 전환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인디애나주 공장의 전기차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해 올해 4분기부터 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 이 공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삼원계(NCA) 기반 ESS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SK온은 북미 ESS 공략에 집중한다. 조지아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바꾸고 있으며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아울러 기존 포드와 합작으로 운영하던 블루오벌SK(현 SK온 테네시)의 단독 운영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곳 역시 향후 ESS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