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기 금융부채 90%가 대출… 利를 어쩌나

이병권 기자
2026.09.01 04:00

기업·가계 '이자폭탄' 터진다

제조업 대부분 재료·인건비 등 운영자금… '고금리' 타격
가계빚도 급증, 소비 줄면 유통·외식업 등 매출까지 둔화

대출 의존도 커진 국내 기업/그래픽=임종철

기준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 금융부채의 80% 이상이 대출인 데다 기업대출의 70% 이상은 변동금리형이다. 원재료 구매와 인건비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에 대출이 폭넓게 활용되는 만큼 금리 상승이 기업 경영 전반의 부담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의 금융부채 가운데 대출부채 비중은 84.7%로 나타났다. 2010년 말 78.0%와 견줘 6.7%포인트(P) 높아졌다. 반면 회사채 등 시장성 부채 비중은 같은 기간 22.0%에서 15.3%로 낮아졌다.

대출 가운데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한 변동금리형 대출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예금은행 기업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0.5%로 1년 전 60.8%보다 9.7%P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고정금리 비중은 39.2%에서 29.5%로 낮아졌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대출의 의존도가 더 높다. 중소·중견기업은 금융부채의 90% 이상을 대출로 조달하는 반면 대기업은 50% 안팎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시장을 활용해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과거 2022년 금리 인상기에도 중소기업의 부담은 빠르게 커졌다. 당시 '고금리'를 주요 경영애로로 꼽은 중소기업 비중은 2022년 9월 19.3%에서 10월 27.5%로 한 달 새 8.2%P 뛰었고 12월에는 30.5%까지 높아졌다.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자금 사용처/그래픽=이지혜

원재료와 임금 등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대출을 줄이기도 어렵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중소기업 4500곳을 조사한 '202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신규대출 사용처(복수응답)는 구매대금이 79.1%로 가장 많았다. 인건비가 28.0%,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이 25.8%로 뒤를 이었다.

금리 상승의 영향은 업종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설비의 유지·보수가 핵심인 제조업은 차입 비용이 높아질수록 부담이 커진다. 한 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원재료를 먼저 사들여 제품을 생산한 뒤 판매대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구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운전자금 대출 이자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가전 렌탈업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렌탈업체는 제품을 먼저 생산하거나 구매해 고객에게 설치한 뒤 수년에 걸쳐 렌탈료를 회수한다. 사업을 확대할수록 먼저 투입해야 하는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다면 금리가 오를수록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외식 등 내수의 흐름이 중요한 업종은 가계의 소비 둔화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계가 늘어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는 동시에 매출이 둔화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원재료 구매와 인건비 등 운전자금에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금리 상승은 경영에 아주 민감한 요소"라며 "이자비용이 늘어나면 설비투자나 사업 확대, 신규 채용 등을 미루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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