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문이 열리자 냉기가 얼굴을 파고들었다. 지난 8일 오전 경기 안성시 CJ대한통운 B2C 저온센터. 바깥 기온은 28도를 웃돌았지만 냉동구역의 온도는 영하 18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온도 차는 46도에 달했다.
높이 8.5m의 천장 아래로 냉동식품이 담긴 박스들이 파렛트랙에 빼곡히 쌓여 있었다. 영하 18도는 폭염이나 명절 성수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이곳의 일상적인 기준이다. 상품을 차갑게 보관하는 것만큼 주문이 들어온 뒤 피킹과 포장, 출고를 빠르게 끝내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센터가 주문 접수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30분 이내에 처리하는 이유다.
최근 정식 운영에 들어간 안성 B2C 저온센터는 112개 이커머스 셀러의 냉장·냉동 상품을 취급한다. 연면적은 1만8971㎡(약 5739평)로, 6개 냉장·냉동 챔버에 2040종의 상품을 보관한다. 하루 최대 출고량은 2만5000건이다. 동일 상품을 대량으로 보관할 때는 파렛트랙을, 크기가 작고 낱개 출고가 잦은 상품에는 선반을 촘촘하게 나눈 콤비랙을 사용한다.
냉동 챔버 곳곳에는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가 개발한 온·습도 관제 시스템 '로이스 온도(LoIS OnDo)'의 무선 센서가 설치돼 있었다. 센서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관제실로 보내고, 설정 범위를 벗어나면 즉시 알림을 울린다. 사람이 순찰하며 이상을 찾아내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구조다.
냉동 챔버를 나와 영상 5~6도로 유지되는 냉장구역으로 이동하자 작업자들이 카트를 끌며 선반 사이를 오갔다. 여러 종류의 상품을 한 박스에 담는 주문에는 디지털 피킹 카트(DPC)가 투입된다. 카트 화면에 상품 위치와 수량이 표시되면 작업자가 안내에 따라 상품을 주문별로 담는다. 명절 선물세트처럼 같은 상품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작업자가 이동하지 않고 상품을 박스에 담아 레일에 올리는 디지털 피킹 시스템(DPS)을 활용한다.
어떤 주문을 하나의 카트에 배정할지는 인공지능(AI)이 결정한다. 한 카트에 15~20건의 주문을 무작정 묶으면 작업자가 물류센터 곳곳을 불필요하게 오가야 한다. AI 에이전트는 상품 위치와 주문 조합을 분석해 이동거리가 가장 짧아지는 주문들을 골라 카트에 배정한다. 자동화 설비의 작업 순서와 공정별 물량도 조정해 특정 공정에 작업이 한꺼번에 쌓이는 병목을 줄인다.
윤철주 CJ대한통운 FT본부장은 "일반적인 B2C 물류센터에서 작업자 한 명이 8시간 동안 이동하는 거리가 하루 16~18㎞에 달한다"며 "기존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를 12~13㎞까지 줄였고, 최근 AI 에이전트 기술을 도입하면서 10㎞ 미만으로 낮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피킹이 끝난 상품은 사람과 기계의 이중검수를 받는다. 작업자가 주문 내역과 상품 수량을 확인한 뒤 박스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중량검수기로 이동한다. 주문 상품의 기준 중량과 실제 박스 무게가 3% 이상 차이 나면 오류로 판단한다.
검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포장을 앞둔 상품 박스에 무게 167g의 스마트폰을 하나 더 넣었다. 박스가 중량검수기를 통과하자 곧바로 빨간색 경고등이 켜졌다. 정상 출고라인을 따라가던 박스는 옆으로 밀려나 'NG 박스' 구역에 멈춰 섰다. 이후 작업자가 주문 내역과 내용물을 다시 확인했다. 작은 상품 하나가 빠지거나 잘못 들어가는 오류까지 무게 차이로 찾아내는 것이다.
검수를 통과한 스티로폼 박스에는 냉매재가 들어갔다. 컨베이어벨트가 박스를 옮기는 동안 오토테이핑기가 박스를 밀봉하고 오토라벨러가 주문 정보를 읽어 운송장을 붙였다. 포장라인에서는 3초마다 박스 한 개가 출고 준비를 마쳤다.
센터에서는 평일 기준 하루 세 차례 상품을 내보낸다.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과 대전·양지 허브터미널 등 주요 택배거점이 모두 반경 100㎞ 안에 있다. 자정까지 접수된 주문은 다음 날 배송하고, 오전 11시까지 들어온 주문은 당일배송, 오후 9시까지 들어온 주문은 다음 날 새벽배송할 수 있다.
포장재를 줄이는 작업에도 AI가 쓰인다. 과대포장 진단 솔루션 '팩체크(PackCheck)'는 상품과 박스의 크기, 포장 횟수, 완충재 사용 여부 등을 분석해 규제에 맞는 포장인지를 판단한다. 3차원 적재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로이스 오팩(LoIS O'Pack)'은 주문 상품의 조합에 맞는 박스를 건당 0.04초 만에 추천한다. 안성센터는 기존 9종이던 스티로폼 박스 규격을 14종으로 늘려 상품을 넣고 남는 공간을 줄였다.
CJ대한통운은 저온 풀필먼트를 전략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도권뿐 아니라 영남·호남·중부권에서 거점을 추가로 확보하고, 상온과 냉장·냉동 B2C 물량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복합센터도 늘린다. 올해 B2B와 B2C를 합친 풀필먼트 매출은 전년보다 두 자릿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 본부장은 "풀필먼트 사업의 수익성이 다소 정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장 드라이브를 더 걸 계획"이라며 "기존 소비재 영역뿐 아니라 저온과 뷰티·패션 등 비중이 작았던 신규 버티컬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B2C 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