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키우던 삼성전자 노조 어쩌다…비위 의혹에 불신임 맞불 투표까지

최지은 기자
2026.09.17 16:50

성과급 교섭서 불거진 사업부 간 충돌, 노조 내 주도권 다툼으로…노조 간 갈등도 심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주요 이슈 타임라인/그래픽=김지영

삼성전자 성과급 교섭 과정에서 드러난 사업부간 갈등이 노동조합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을 둘러싼 비위 의혹에 이어 이를 제기한 노조 간부들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맞물리면서다. 다른 노조와의 마찰까지 겹치면서 노조 안팎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전날 최 위원장에 대한 비위 의혹을 제기한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상정하고 전자투표에 돌입했다. 불신임 사유로는 '노조 와해 작업'이 거론됐다. 오는 22일까지 투표를 거쳐 노조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부위원장은 전날 최 위원장이 조합비 4억2596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면서 발생한 마일리지와 포인트 등을 사적으로 취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리솜리조트 회원권 2건의 1회차 대금 2억3250만원을 법인·개인카드 등으로 나눠 결제했지만 관련 혜택이 조합에 귀속된 기록이 없다는 주장이다.

백화점에서 구매한 조합 물품 결제 전표 43건 중 41건에는 최 위원장 명의로 약 11만 포인트가 적립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부위원장은 향후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은 집회 물품을 최 위원장의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한 사실을 공개하며 적절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DX(디바이스경험)부문 소속이다.

초기업노조는 올해 초 임금 교섭을 앞두고 DS와 DX부문 조합원을 끌어모으며 세를 확장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노조가 됐고 조합원 수도 한때 7만6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사업부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입장 차가 커지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교섭 방향을 놓고 엇박자가 났다. 결국 지난 5월 DX부문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조동행(동행노조)이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했다. 사업부간 입장 차는 조합원 이탈로도 이어졌다. 한때 30%에 육박했던 초기업노조 내 DX부문 조합원 비중은 최근 1%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힌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 2026.5.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초기업노조는 이에 맞춰 DS부문 중심의 조직 재편을 추진 중이다. 신규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 임직원으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에 나서 사실상 DS부문 단일 노조로의 전환 수순을 밟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DX부문 임직원의 신규 가입은 제한된다. 전사 노조로서의 결속은 약해지고 분열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갈등은 다른 노조와의 공방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4일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내부 대화방에서 최 위원장과 삼성전자 임직원을 겨냥한 폭력적·비하성 발언이 오갔다고 주장하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대화방 기록 보존도 요청하며 법적 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성과급 교섭은 마무리됐지만 사업부별 보상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동행노조는 DX부문에 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오는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별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삼성전자 노조의 분열도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처우 개선과 복지 증진이라는 노조 본연의 목적은 뒷전으로 밀린 채 주도권 다툼과 폭로전만 남은 모습"이라며 "각종 특혜 의혹과 사적 이익 추구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집행부의 도덕적 정당성과 대표성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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