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투자는 ㈜두산 자체사업과 관련해 사상 최대 규모로 기술과 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CCL(동박적층판) 공급사로서 입지를 굳히겠습니다."
두산그룹이 17일 국내와 중국의 하이엔드 CCL 생산라인 확장에 약 9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며 내놓은 출사표다. CCL은 반도체 패키지용 PCB(인쇄회로기판)를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소재다. 지난 50여년간 CCL 국산화를 이끌어온 두산의 기술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다. 특히 AI(인공지능) 가속기용 하이엔드 CCL은 초고속 신호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요건으로 인해 소수 기업만 양산할 수 있는데, 두산은 이 분야의 '1순위 파트너'로 거듭났다.
두산은 한발 더 나아가 메모리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쓰이는 CCL의 절연층 두께를 평균 18㎛(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13㎛까지 대폭 낮춘 기술 역시 확보하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두께와 부피를 줄여 소형화·고집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생산 물량까지 빠르게 늘려 급증하는 AI발 수요까지 잡겠다는게 이번 대규모 투자의 목표다. 기존에 추진하던 국내 충북 증평 공장 및 중국 공장 증설, 태국 공장 신설 등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CCL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의 AI 가속기용 CCL 생산 거점인 증평·김천(경북) 공장의 올해 2분기 가동률은 각각 109.8%, 102.7%로 사실상 생산능력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로 파악된다.
유승우 ㈜두산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 발주도 대형화하고 있다"며 "한 발 앞선 투자로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해 고객의 신뢰에 답하고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박정원 회장의 주도 하에 두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AI 반도체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전사적 역량을 모아서 AX(인공지능 전환)를 가속화하자"고 당부한 바 있는데다 지난 6월에는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야구장 회동을 갖고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두산이 만든 CCL의 주 고객사다.
AI 산업 성장에 필요한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으로 두산의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산은 2022년 두산테스나(78,900원 ▲400 +0.51%)를 인수하며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올해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000억원 규모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웨이퍼(반도체 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 사업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SK실트론이 반도체 전공정의 기반이 되는 웨이퍼를 생산하고, 두산 전자BG가 AI 반도체와 고속 네트워크에 필요한 CCL을 공급하며, 두산테스나가 시스템반도체의 웨이퍼 테스트와 패키지 테스트 등 후공정을 담당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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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미래는 반도체를 넘어 AI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향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는 가속기와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85,400원 ▲1,600 +1.91%)는 이 시장을 겨냥해 미국에서 스팀터빈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북미 시장에서 370㎿(메가와트)급 스팀터빈·발전기 2기를 처음 수주한 데 이어 5월에는 같은 규모의 스팀터빈·발전기 각각 4기를 추가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기업 xAI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된 계약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SMR(소형모듈원전)도 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할 성장축으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전 핵심 주기기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SMR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총 8068억원을 투자해 창원 공장에 전용 제작시설을 구축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