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조 영업익은 '예고편'…"메모리 줘" 내년에 더 줄 선다

김남이 기자
2026.10.08 10:00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554조…HBM 생산량 증가·가격 상승 동시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실적 고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내년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의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실적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8일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54조1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8배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은 500조37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익의 대부분은 메모리 사업에서 발생했다.

지난 3분기에만 10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약 1조1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지난 분기 엔비디아가 기록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인 637억3400만달러(약 85조4700억원)를 크게 웃돈다.

시장은 이미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올해보다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가 더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가가 예상하는 내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554조원에 달한다. 분기 평균 138조5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370조원)보다 50% 증가한 규모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능력 확대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내년과 2028년 메모리·스토리지 수급이 올해 보다 훨씬 빠듯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매출·영업이익 추이/그래픽=이지혜

삼성전자의 HBM 공급 확대도 내년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글로벌 IB(투자은행) 씨티는 내년 삼성전자의 HBM 공급량이 250억Gb(기가비트)로 올해보다 약 2.3배 늘어나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고부가 제품인 HBM4(6세대 HBM) 계열의 출하 비중도 올해 약 40%에서 내년 80% 안팎으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량 확대에 가격 상승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의 혼합평균판매가격(Blended ASP)이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HBM4 비중이 확대되고 내년 하반기 HBM4E(7세대 HBM) 공급까지 본격화되는 영향이다.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도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중요해진 고객사들이 선수금까지 지급하며 LTA(장기공급계약)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도 3~5년간의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HBM 공급량 전망/그래픽=윤선정

HBM 생산 확대는 범용 D램 가격 상승 압력도 키우고 있다. HBM과 일반 D램이 한정된 웨이퍼 생산능력을 놓고 경쟁해서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소모량도 많다. HBM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서버용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등 범용 D램에 배정할 수 있는 생산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HBM 수요 증가가 범용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체 메모리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다.

AI 인프라 투자도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 PwC는 내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1조달러(약 134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 2030년까지 5년간 누적 투자 규모만 5조1500억달러(약 6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서버 등의 장비는 4~6년마다 교체가 필요한 만큼 AI 인프라 투자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메모리 수요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신규 팹(Fab·공장)이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신규 팹이 2027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되더라도 수율 안정화와 양산 확대까지는 추가 시간이 걸린다.

결국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HBM과 서버용 D램 수요를 끌어 올리고, HBM 증산이 다시 범용 D램 공급을 제한하면서 메모리 가격을 지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여기에 HBM4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고부가 메모리 판매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수익성도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다. 파운드리 사업도 최근 가동률을 높이며 적자 폭을 줄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LTA 물량을 조절하면서 그 외 물량을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AI 인프라 투자 기업들도 높은 메모리 가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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