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굽는 소리가 우리의 OST"…허희수의 야심작 '치폴레' 한국 상륙[리얼로그M]

이병권 기자
2026.09.01 15:10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의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
'아시아 1호점'의 가격대는 1만2800~1만4800원

치폴레 코리아 아시아 1호점 오픈/그래픽=김지영

#. 오픈키친 가장 안쪽 철판에 올린 고기가 익기 시작하자 매장 안에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치폴레의 글로벌 조리를 총괄하는 네빌 판타키 부사장은 "고기 굽는 소리가 바로 치폴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라며 웃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멕시칸 캐주얼 브랜드 치폴레가 오는 2일 서울 강남에 아시아 첫 매장을 연다. 쉐이크쉑의 국내 도입과 해외 진출을 주도한 허희수 상미당홀딩스(SPC그룹) 최고비전책임자(CVO) 사장이 약 10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치폴레는 미국에서 직장인과 젊은층 사이에서 '소울푸드'로 꼽히는 브랜드로 전세계 약 4200개 이상 매장을 갖고 있다.

한국은 치폴레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현지 기업과 함께 세운 합작사업이라는 의미가 있다. 상미당홀딩스 계열 빅바이트컴퍼니와 치폴레 본사는 한국과 싱가포르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S&C레스토랑홀딩스를 설립했다. 빅바이트컴퍼니가 지분 51%, 치폴레 본사가 49%를 보유한다.

1일 치폴레 한국 1호 강남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CVO(최고비전책임자, 오른쪽)와 스콧 보트라이트(Scott Boatwright) 치폴레 CEO(최고경영자, 왼쪽)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상미당홀딩스

미국 본사가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투자해 사업의 성과와 위험을 나누겠다는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국내 모든 치폴레 매장에서 동일한 품질과 고객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점 없이 모두 직영으로 운영한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자체의 역동성과 파트너인 SPC(상미당홀딩스)가 가진 역량을 함께 검토했다"며 "SPC가 갖춘 글로벌 파트너십과 운영에서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아시아에서는 합작법인 형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합작법인은 연내 국내에 치폴레 2·3호점을 추가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싱가포르에 진출할 계획이다. 쉐이크쉑이 한국 시장에 안착한 뒤 해외 사업권을 추가로 확보하며 영역을 넓혔다면 치폴레는 처음부터 복수의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치폴레 1호점의 전경. /사진제공=상미당홀딩스

첫선을 보이기까지 준비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치폴레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면서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국내 공급망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 사장은 "매장 설계나 인테리어보다 재료와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매장을 완성한 시점이 아니라 기준을 충족하는 공급망을 구축한 시점을 한국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고수와 할라피뇨·양파·쌀 등 대부분의 식재료는 국내에서 조달했다. 사워크림도 매일유업과 함께 치폴레의 기준에 맞춰 준비했다. 상미당홀딩스는 쉐이크쉑의 햄버거 번을 국내에서 생산·공급한 것처럼 치폴레의 또띠아를 비롯한 식재료도 공동 연구해 공급할 계획이다.

치폴레의 오픈키친 안쪽 그릴에서 직원이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96석 규모의 강남점은 식재료 손질과 조리 과정을 고객이 볼 수 있는 오픈키친 형태로 꾸몄다. 메뉴 구성부터 주문·조리 방식까지 미국 현지 매장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직원들은 오전 5시부터 당일 판매할 분량의 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조리한다.

주문 방식은 간단하다. 볼·부리토·타코·샐러드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밥과 콩, 고기와 살사 등을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가격은 선택한 단백질(고기류·비건) 종류에 따라 1만2800~1만4800원이다. 밥과 콩·살사·치즈·양상추 등 기본 재료는 취향껏 더 담아도 추가 비용이 없다.

허 사장은 "치폴레가 해외에서 처음 선택한 합작법인 방식의 첫 파트너가 됐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단순히 새로운 메뉴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게 한 끼를 완성하고 그 선택이 일상이 되는 경험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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