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순환농업은 양질의 퇴비와 액비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그 농산물과 부산물을 다시 축산에 활용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성공은 축산농가와 경종농가, 퇴·액비 생산업체와 살포대행업체가 서로 신뢰하며 협력하는 데 달려 있다. 이러한 협력은 상호신뢰와 경제적 이익이 함께할 때 지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농경지 면적은 계속 줄어든 반면 가축분뇨 발생량은 크게 줄지 않아 퇴·액비의 소비는 정체되고 있다. 결국 축협 자원화시설에는 연간 생산량의 약 21%에 해당하는 퇴비가 재고로 남아 있다(2023년 한국축산환경학회 심포지엄). 퇴비 적체 문제를 풀고자 바이오차(Biochar) 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성과 시장성은 아직 불확실하다.
이런 사업은 대부분 공급자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소비자인 경종농가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경축순환 사업은 수급 안정이 관건인 만큼 소비자인 경종농가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2025년 축산농가의 평균 소득은 8,838만 원으로 논벼 농가의 2.21배, 과수농가의 1.35배, 채소농가의 2.12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가축분뇨 처리비용은 여전히 국민 세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는 말처럼 고기와 우유, 계란은 축산업의 몸통이고 가축분뇨는 꼬리이다. 그러나 지금은 분뇨 처리 문제가 축산업 자체를 흔드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제는 분뇨의 처리 확대보다 소비 확대에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퇴·액비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자를 위한 품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퇴비는 비료의 일종임에도 현재 퇴비의 양분 함량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 즉,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농업 시대임에도 퇴비는 여전히 경험과 관행으로 살포되고 있으며, 가축분퇴비 장기 연용 농지에서 양분과잉은 물론 유해 중금속 함량도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사용자가 농지의 상태에 알맞은 적정 사용량을 판단할 수 있도록 품질정보 제공과 기술 컨설팅을 강화해야 한다.
액비 역시 공급자 중심으로 정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액비 공급업계의 요구를 반영하여 품질기준은 질소·인산·칼리 합계량 0.3% 이상에서 0.2% 이상으로 완화되었다. 품질기준의 완화는 소비 확대를 위한 정책적 배려였다.
이제는 공급업계도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경종 농가들은 퇴·액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양분 함량을 알 수 없고, 사용 방법에 대한 신뢰할 만한 안내가 부족해서 사용을 주저하는 것이다.
비료 사용에는 '우세의 원리'가 있다. 작물마다 생육과 수량을 좌우하는 핵심 양분이 다르므로 이에 맞는 양분관리가 필요하다. 퇴비는 인산 공급 효과가 크고, 액비는 칼리 공급 효과가 크다.
이 두 비료를 토양 상태와 작물의 양분 요구에 맞추어 적절히 활용한다면 토양 건강을 유지하면서 농산물의 수량과 품질도 함께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 좋은 퇴·액비 공급뿐 아니라 이를 적절한 사용을 돕는 전문 서비스가 꼭 필요하다.
과거 농촌지도소 시절에는 현장 기술지도와 영농컨설팅이 주요한 사업이었지만,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농업기술센터의 행정업무가 증가하면서 현장 기술지원 기능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현재도 토양검정과 비료사용처방서는 발급하고 있지만, 농가의 실제 비료사용 실태를 분석하고 토양검정 결과와 연계하여 지속 컨설팅할 전문인력은 충분하지 않다.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 결과만 받고 전문의 상담이 없다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어렵듯이, 토양검사를 바탕으로 퇴·액비의 사용법을 안내하고 사후관리까지 지원하는 기술지원 체계가 시급하다.
이런 정보에 목마른 농업인은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정보나 상업적 홍보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필자는 토양의사 제도 도입을 제안한 적이 있다. 토양의사는 자격 등급에 따라 토양진단, 비료처방, 퇴·액비 활용기술, 양분관리 컨설팅 등의 전문적인 역할을 맡기고, 전문성과 공공성에 대한 책임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
경축순환 사업은 국가가 많은 예산을 들여서 농가에는 소득 증대, 국가에는 가축분뇨 발생량 처리, 악취 저감, 양분수지 개선, 수질보전,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당면한 우리의 경축순환 사업의 성공은 양질의 퇴·액비를 공급하고, 농업인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이제는 공급자 지원에서 사용자 지원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길 때다. 그것이 토양의사 제도가 필요한 이유이며, 지속 가능한 경축순환 농업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다.